우크라전 중심에 다시 몰린 '식량공급의 동맥' 오데사

입력 2023-07-20 11:57
우크라전 중심에 다시 몰린 '식량공급의 동맥' 오데사

푸틴, 전쟁초 덜 건드려…"성한 상태로 차지할 의도"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역사·경제·문화·전략 중심지

우크라 최대 무역항…흑해곡물협정 중단 뒤 수출시설 피격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철회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를 집중 공격하고 나서면서 이 도시가 전쟁의 중심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오데사가 역사적, 경제적, 전략적으로 중요성을 가진 도시라고 설명했다.

오데사는 1794년 러시아 제국 예카테리나 2세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정복한 흑해 요새를 현대적인 해상 관문으로 키워나가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예카테리나 2세 전에도 이 도시가 번성했다고 반박하면서 지난해 12월 '탈러시아' 일환으로 오데사에 있는 예카테리나 2세 동상을 철거했다.

1855년 로버트 시어스는 저서 러시아제국 안내서에서 "세계에서 오데사의 거리와 커피숍만큼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는 도시는 없을 것"이라며 오데사가 러시아인, 타타르인, 그리스인, 유대인, 폴란드인, 이탈리아인, 독일인, 프랑스인 등이 모여 사는 국제도시라고 적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월 오데사 역사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당시 유네스코는 "영화, 문학, 예술에 흔적을 남긴 자유롭고 전설적인 세계 도시 오데사는 이제 국제 사회의 강화된 보호 아래 놓인다"고 밝혔다.

NYT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오데사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동안은 오데사를 건드리지 않았다. 침공을 시작한 뒤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오데사 외곽을 폭격했지만,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NYT는 "러시아는 전쟁 초기 수도 키이우를 점령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신속히 무너트리려고 했고 전함을 보내 해안도 위협했지만, '흑해의 진주'로 알려진 오데사는 파괴되지 않은 채로 차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고전 끝에 키이우 군사작전에서 철수했지만, 오데사 항구와 주변 항구를 사실상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 경제를 황폐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흑해 최대 요충지로 꼽히던 즈미니섬(뱀섬)을 우크라이나군에 내주는 등 우크라이나 남부 봉쇄에 실패했다.

오데사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이곳에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크고 분주한 항구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수출입의 약 70%는 바다를 통해 이뤄졌고, 그 무역의 3분의 2가량은 오데사 항구들을 거쳤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오데사 등 흑해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했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가 흑해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협정이 유지되는 동안 우크라이나는 오데사와 다른 도시의 항구를 통해 약 1년간 3천20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 17일 자국 식품·비료 수출에 관한 협정 내용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했다.

수출 중단의 타격을 받은 오데사는 실제 미사일 공격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러시아는 지난 18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오데사에 자폭 드론과 순항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2명의 민간인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군은 밝혔다.

러시아는 오데사의 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 시설이 파괴됐다고 규탄했다.

협정 중단과 오데사 공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차질은 세계적인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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