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러 흑해곡물협정 파기에 "식량 무기화…큰 실수" 비판
8년만의 EU-중남미 정상회의는 '러시아 규탄 이견'에 '용두사미'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결정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식량을 무기화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협정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중동, 아프리카, 심지어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서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이번 일방적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양국의 곡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이번 조처로 러시아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EU-CELAC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당초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내용에 니카라과가 끝까지 반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니카라과는 대표적 러시아 우방국이다.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공개된 공동성명에서도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당초 16페이지로 작성됐던 공동성명도 9페이지 분량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EU는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33개국으로 구성된 CELAC 정상들과 발표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니카라과를 비롯한 일부 중남미 국가들이 끝내 거절함에 따라 수위가 크게 조절된 내용으로 최종 문안을 확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EU-CELAC 정상회의는 8년 만에 열리면서 양측 간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지만, 러시아 규탄을 둘러싼 이견에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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