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독재 우려"…사법부 권한 축소 비판
"대법원 손에 넣으면 독재 봇물…중동 새로운 군부독재 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16일(현지시간) 우파 정부의 사법부 권한 축소 움직임에 정정 불안이 고조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독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의 저자인 하라리 교수는 이날 미국 CBS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독재 정권을 구축하려 시도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며 "역사상 많은 독재정권은 거리에서 불을 뿜는 탱크에 의해서가 아니라 닫힌 문 뒤에서 서류에 서명하는 것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각할 때쯤에는 저항하기에 너무 늦은 시점"이라며 "이스라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권에 어떤 제한이 가해지는지 한 가지 질문만 던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견제와 균형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지만, 이스라엘에는 헌법도 상원도 연방 구조도 없으며 연방 정부에 제동을 걸 어떤 장치도 없다"면서 "유일한 예외는 대법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정부는 대법원마저 손에 넣으려 한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라리 교수는 "우파 연정은 이미 무슬림과 기독교인, 여성, 성소수자 등을 차별하는 무수한 법률을 제안했다"며 "그들은 오직 대법원 권력을 손에 넣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리고 나서는 독재의 물결이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라리 교수는 또 "대법원이 무력화하면, 아랍 시민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거나 독립 언론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손쉽게 선거를 조작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투표를 실시하는 것처럼 이스라엘도 선거를 실시하겠지만, 그것은 독재정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단지 민주주의와 유대인을 걱정하는 미국인에만 해당하지 않는 거대한 문제"라며 "미국은 조만간 중동에서 핵뿐 아니라 고도의 사이버 무기로 무장한 새로운 군부 독재와 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초강경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대대적인 사법부 권한 축소(사법 정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사실상 유일하게 정부를 견제하는 권력인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한정하는 정부 발의 기본법을 처리하기도 했다.
해당 법이 법사위와 2차례 추가 의원 투표를 거쳐 법률로 굳어지면 행정부의 주요 결정을 사법심사로 뒤집는 권한을 비롯해 대법원의 주요 견제 기능이 대부분 거세된다.
이에 따라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연일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고 저항의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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