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조합 청산 지연시켜 타가는 '청산연금' 막는다
도정법 개정 추진…조합 청산절차에도 정부·지자체 감독권한 부여
조합 정관에 청산인 직무·보수 명시…청산 고의 지연시 수사기관에 고발키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초롱 기자 =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이 해산 이후에도 특별한 사유없이 조합을 청산을 하지 않고 임금, 상여금 등을 장기간 수령하는 행위가 금지될 전망이다.
조합 해산에 이어 청산까지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하는 이른바 '청산연금방지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17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도정법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끝나 대지와 건축물의 소유권이 조합원들과 일반분양자들에게 이전되면 1년 이내에 조합장이 조합 해산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 청산법인이 남은 행정업무를 종결하도록 하고 있다.
청산인은 대체로 해산한 조합의 조합장이 그대로 승계한다.
그러나 잔여 조합업무를 승계받은 청산인이 고의로 청산절차를 지연시키며 장기간 임금이나 상여금을 수령하거나 세금, 채권 추심·변제 등을 위해 남겨둔 유보금을 횡령해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도정법은 조합 해산까지만 관리하고 해산 이후 청산절차는 민법에 의해 법원에 관리·감독 권한이 주어져 국토부와 지자체장에는 감독 및 처벌 권한이 없다.
결국 조합원들은 소송이 아니면 청산절차에 관여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장기간 청산을 하지 않고 월급 등 소위 '청산연금'을 받아 가는 조합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 해산 이후에도 분쟁, 소송이 있을 경우 청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이를 악용해 불필요한 소송을 유도하거나 고의로 사무를 지연시키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2010년 이후 현재까지 해산한 정비사업 조합 387개 중 미청산 조합은 253개로 65.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5년 이상 청산이 지연된 조합이 64개이며, 10년 이상 청산하지 않은 조합도 25개에 달했다.
김영호 의원은 이번 도정법 개정안에서 청산 조합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정비사업 범위에 '청산' 단계를 포함했다.
조합 정관에는 청산인의 직무와 보수를 명시하고, 청산인에게는 성실의무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에는 청산인을 관리·감독하며 필요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요구 및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 권한을 부여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준공 후 1년이 지난 조합의 청산 계획을 반기별로 일제 조사하기로 하고, 국토부에 정당한 사유없이 조합을 해산·청산하지 않는 경우 처벌 규정을 법에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원활한 정비사업 시행과 조합원 권리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개정안 통과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영호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청산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조합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빠른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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