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물가연동제 폐지 추진…'국회서 세액 결정' 방식에 무게
맥주·탁주만 종량세로 개편…매년 오르는 세금에 가격 인상 빌미
세금 인상 지나치게 미루면 업체만 이득…형평성 담보 장치 고심 중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정부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올라가는 '맥주·탁주 종량세 물가 연동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세금 계산 방식을 마련한다.
가격 인상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도 물가 인상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핵심인데, 세율 결정 권한을 국회에 맡기고 비정기적으로 세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하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맥주·탁주에 적용되는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는 주세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종량세는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68년 이후 50여년간 주류 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 체계를 유지하다가 2020년부터 맥주·탁주에 대해서만 종량세를 도입했다.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 과세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조세 중립성을 회복한다는 명분이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하기 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130%에서 결정되는 '가격변동지수'를 정하고, 이를 전년도 세율에 곱해 매년 세율을 새로 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문제는 이처럼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맥주·탁주 주세가 기계적으로 올라가면서 주류 가격 인상을 촉발한다는 데 있다.
가령 세금 인상으로 10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주류 업계가 이를 빌미로 추가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실제 소비자 가격은 100∼200원씩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종량세만을 이유로 맥주 가격이 15원 정도 상승 요인이 있다고 할 때 맥주 가격을 1천원에서 1천15원으로만 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시중 소비자가격을 더욱 편승·인상하는 기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물가로 인한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서민들의 소비가 많은 맥주·탁주의 세금을 기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올해 초 현행 물가연동제에 대한 평가·조사에 착수했다.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 외부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했다.
매년 기계적으로 세금을 올려야 하는 현행 물가연동제는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세금 계산 방식을 준비해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핵심은 주류 업체에 가격 상승 명분을 주지 않지 않으면서도 종가세인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물가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가를 억제할 필요가 있는 경우 주세 인상을 미루거나 최소화하는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열어두는 것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세액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이다.
인상 시기를 고정해두지 않고 필요한 시점이나 상황마다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적절한 세액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유권자 반발을 의식한 국회가 주세 인상을 묵살하거나 방치할 경우 다른 품목과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세금 인상 요인이 해소되지 못하고 누적되면서 전체적인 국민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주세 개편이 일부 업체들의 이득으로만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물가 상승분이 세액에 반영되도록 하는 장치를 함께 고심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의 개편을 추진 중"이라며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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