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질문권 달라며 브리핑 방해한 기자에 '출입정지' 경고
인터넷매체 흑인기자 "차별당해" 주장…백악관 "지속적 방해"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이 대변인의 언론브리핑 때 방해를 일삼던 기자에게 출입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인터넷 매체인 '투데이뉴스 아프리카'의 백악관 출입기자 사이먼 아테바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백악관으로부터 받았다는 경고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서 백악관 측은 "기자들이 브리핑룸이나 행사장에서 종종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보통 그러한 외침은 기자가 요청받으면 멈추고, 그러면 브리핑이나 행사는 지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하지만) 지속적인 방해는 다른 문제로, 이는 언론인이 질문을 못 하게 하거나 정부 당국자나 출연자가 답하는 것을 막는다"며 "이런 혼란에 대응하는 백악관 대변인의 유일한 선택은 브리핑 중단으로, 이는 모든 언론인에게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동료에게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백악관 직원의 중단 요청을 받은 후에도 지속해서 브리핑이나 행사를 방해한다면 출입증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테바는 생중계로 진행되는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질문권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기자들이 질문을 할 때나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이 답변하는 동안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브리핑이 중단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백악관은 아테바가 그간 브리핑룸에서 행한 주요 방해 사례들도 적시했다.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아테바가 끊임없이 질문권을 요구하며 "내게 언론의 자유를 주지 않고 있다"고 소리치자 장-피에르 대변인은 "매우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주변 기자들도 그만 방해하라고 하면서 브리핑이 잠시 중단됐다.
지난 3월 브리핑에선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려고 브리핑룸을 찾은 유명 TV 드라마 출연진이 소개되기 직전 아테바가 또 소리를 지르자 백악관 기자단은 "에티켓이 무너졌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작년 12월 브리핑 때는 아테바의 고성에 장-피에르 대변인이 갑자기 브리핑을 접고 퇴장하기까지 했다.
흑인인 아테바는 폭스뉴스에 나가 자신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상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 미 정부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뉴스통신사인 AP통신에 첫 질문권을 주며, 이후 손을 든 기자를 대변인이 지목한다.
특히 백악관은 AP 등 전통적인 유력 매체를 브리핑룸 앞자리에 배정해 여타 매체와 사실상 구분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아테바가 출입정지를 당해도 일일 출입증을 매일 신청해 브리핑에 들어갈 수는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백악관 출입기자가 출입정지된 적은 아직 없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인 2018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CNN 기자가 출입 정지를 당했다. 백악관은 당시 이 기자가 마이크를 가져가려는 여성 인턴과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무례하게 행동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이듬해인 2019년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출입기자가 백악관 행사장에서 참석자와 논쟁을 벌이다 출입증을 빼앗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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