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의회, 총리 선출 불발…피타 야권 단독후보 '고배'(종합)

입력 2023-07-13 20:36
수정 2023-07-13 22:00
태국 의회, 총리 선출 불발…피타 야권 단독후보 '고배'(종합)

상·하원 합동 투표서 324표 얻어…과반 375표 획득 실패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지난 5월 태국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의 총리 후보인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MFP) 대표가 13일 의회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피타 대표는 이날 실시된 총리 선출 상·하원 합동 투표에 유일한 후보로 나섰으나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2017년 군부가 개정한 헌법에 따라 총리 선출 투표에는 하원 의원 500명 외에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도 참여한다.

상원 의원 정원은 250명이지만, 전날 1명이 사임해 249명이 됐다. 총리가 되려면 상·하원 전체 의원 749명의 과반인 375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했다.

피타 대표는 상원에서 13표, 하원에서 311표 등 찬성 324표를 얻는 데 그쳤다. 705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반대와 기권은 각각 182표, 199표였다.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피타 대표의 전진당은 151석을 얻으며 제1당에 올랐다. 전진당은 제2당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합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했다.

전진당을 포함한 8개 정당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은 312석이다. 피타 후보는 상원에서 63표를 더 얻어야 했지만, 크게 못 미쳤다.

이로써 의회는 다시 회의를 열어 총리를 뽑아야 한다. 다음 회의는 19일로 알려졌다.

피타 후보가 완전히 낙마한 것은 아니다. 총리 선출 투표 횟수나 기한에 대한 제한이 없어 다시 후보가 될 수도 있다.

이날 투표 결과로 태국 정국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차기 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피타 대표 지지자들의 시위 등으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비롯한 파격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진보정당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한 40대 초반 정치인 피타 대표가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돌풍을 이끌었다.

그러나 총리 투표 이전부터 군정이 임명한 의원들로 구성된 상원에서 피타 대표를 찬성하는 '이탈표'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왕실·군부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은 군주제 개혁 절대 불가를 고수하며 전진당을 비판해왔다.

이날 투표에 앞서 토론에서도 보수 진영 의원들은 피타 대표의 자격을 문제삼으며 군주제를 개혁하려는 그를 총리로 받아들일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고, 기권표도 다수 나왔다.

피타 대표는 2014년 쿠데타 이후 9년간 이어진 군부 통치 시대를 끝내고 태국을 민주주의의 길로 돌려놓자고 역설했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투표 전날인 12일 선거관리위원회는 피타 대표의 미디어주식 보유 사건을 헌법재판소에 회부하며 의원 직무 정지와 자격 박탈 의견을 냈다.

헌재는 피타 대표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재판 요청도 받아들였다. 헌재 판결에 따라 피타 대표의 의원직이 박탈되고 전진당의 해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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