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야권, 총리 사퇴·과도정부 구성 요구 대규모 시위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방글라데시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이 12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에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치러질 차기 총선 전에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퇴와 총선 관리를 위한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스페인 뉴스통신 EFE에 따르면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미르자 파크룰 이슬람 알람기르 사무총장이 다카 소재 당사 앞에서 시위를 이끌었다.
파크룰 BNP 사무총장은 하시나와 정부를 향해 "우리는 투표권 날치기꾼이자 권위주의적이고 파시스트이며 불법적인 정부의 사퇴라는 하나의 요구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아직 사퇴할 시간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방글라데시 역사가 시사하듯 당신은 도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일부 다른 야당들도 다카 곳곳에서 별도 시위를 열어 BNP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집권 아와미연맹(AL)도 다카에서 친정부 맞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권 시위와 맞불 시위가 있었지만 별다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BNP 간부들은 시위장소로 가는데 경찰이 막아서서 휴대전화를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또 현지 매체들은 야권 시위 시간대에 인터넷 속도가 늦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대표단이 각각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총선과 민주주의, 인권 등의 문제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시위는 BNP가 지난해 12월 다카에서 경찰의 방해와 공격, 체포에 맞서 벌인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다. 당시 경찰은 파크룰 사무총장 등 BNP 간부들을 체포하고 BNP 당사를 급습했다.
BNP는 작년 8월 이후 물가 상승에 항의하고 전 총리인 칼레다 지아 당 총재의 무조건적 석방과 총선을 위한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시나 총리의 오랜 라이벌인 지아 총재는 부패 혐의로 17년형을 복역하고 있다.
샤히두딘 초우두리 안니에 BNP 대변인은 지난해 8월 22일 이후 경찰·AL 지지자들과 충돌 과정에서 BNP 간부와 활동가 17명이 숨지고 1천790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91년 이후 준군사 통치가 이뤄진 2007∼2008년을 제외하고는 AL과 BNP가 번갈아 집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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