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두리안 사먹는 사람이야"…중국인 입맛 사로잡은 두리안

입력 2023-07-13 13:42
"나 두리안 사먹는 사람이야"…중국인 입맛 사로잡은 두리안

부의 상징 '체리'서 '두리안'으로…작년 수입량 2017년의 4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열대 과일 두리안이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체리를 제치고 현지인들의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비싼 과일을 사 먹을 때 두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지갑을 열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오랫동안 '체리 자유'라고 일컬었다. 비교적 비싼 수입 과일 체리를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리안 자유'라는 말이 이를 대체했다. 두리안이 체리를 제치고 중국인의 부와 번영의 상징이 된 것이다.

허난성 농촌의 마첸 씨는 최근 사촌의 결혼 선물을 준비할 때 시어머니가 포도 대신 두리안을 보내라고 했다고 SCMP에 말했다.

마씨의 마을에서는 결혼 선물로 4∼6개로 구성된 선물을 보내는 전통이 있는데 대개는 포도, 햄, 우유, 말린 버섯 등이다.

마씨는 "시어머니가 지금은 두리안이 포도보다 더 품위 있고 유행에 맞는다고 여긴다"며 "시어머니와 많은 농촌분들은 올해 난생처음으로 두리안을 맛보았는데 금세 그 맛에 사로잡혔다. 전형적인 검소한 촌부인 시어머니가 요즘은 종종 두리안을 사오라고 말씀하시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두리안은 냄새는 매우 고약하지만, 달콤한 맛과 특이한 식감에 영양이 풍부해 '과일의 제왕'으로 불린다.

이 과일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른 낮은 관세와 빠른 통관 덕에 대도시는 물론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이 주요 수출국으로, 중국 투자자들이 두리안의 인기를 타고 이들 나라로 몰려가 과수원과 계약하거나 콜드체인 물류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마씨는 "두리안은 작은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상품"이라며 "카페에서는 두리안 케이크, 두리안·코코넛 라테를 팔고 사람들은 좋은 두리안 고르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엄격한 수입 통제를 하던 작년에도 두리안 수입은 2017년의 약 4배로 급증한 40억달러(약 5조1천억원) 규모였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리안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50% 증가했다.

중국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5월 중순까지 두리안의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1% 급증했다고 현지 매체 이차이가 보도했다.

광저우 과일 도매시장에 따르면 두리안의 평균 가격은 1㎏에 36위안(약 6천400원)에서 52위안(약 9천200원) 사이다.

트럭 기사 장량 씨는 "농촌 총각들이 여자친구 집에 갈 때 예전에는 포도, 복숭아, 화이트 와인을 사 가곤 했는데 요즘은 두리안 한 통이 필요하다"며 "두리안 선물은 예비 장모님이 이웃들 사이에서 특별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수입품 물류업을 하는 밥 왕은 SCMP에 "두리안이 중국에서 빠르게 최고 인기 과일이 됐지만 우리는 중국인들의 두리안에 대한 입맛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지금의 열광적인 반응을 볼 때 두리안에 대한 연간 수요가 향후 몇년간 두배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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