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나토 가입 대신 부각된 '이스라엘식 안전보장'이란

입력 2023-07-13 09:32
우크라 나토 가입 대신 부각된 '이스라엘식 안전보장'이란

나토 가입·공식 방위조약 없이도 서방 지원 우선 제공…"러에 억지력 될 것"

"우크라·이스라엘 상황 전혀 달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즉시 가입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불발되면서 향후 서방이 그 대안으로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모델'을 제공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관계가 지금의 이스라엘과 미국, 나토 간 관계와 비슷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나토 회원국이 아니고 미국과 공식 방위 조약을 맺은 국가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이스라엘을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MNNA)으로 지정했다.

또 조약보다는 급이 낮지만 방어협력 협정 여러 개를 이스라엘과 체결하면서 첨단 무기와 막대한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이스라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외 원조를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다. 앞서 2016년 미국은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이스라엘에 380억 달러(약 48조원) 규모 군사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보통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는 나라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국 무기를 조달하는 것이 허용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는 이스라엘이 방위산업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처럼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서방의 무기와 기술, 원조를 우선으로 지원받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모델이다.

우크라이나에 이 모델이 적용될 경우 이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미 싱크탱크인 워싱턴 근동정책 연구소 그랜트 럼리 연구원은 분석했다.

미국이 그간 이스라엘과 해왔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와 장기적 군사원조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가 원조금으로 자국 무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폭넓게 지원할 길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나토 조약 제5조와 같은 문항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모델의 핵심이라고 NYT는 전했다.

집단방위를 상징하는 제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는 조항으로, 서방이 그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신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크게 다른 만큼 우크라이나에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미국 의회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유지에 대해서는 초당적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가야 하느냐를 두고는 이견을 보인다.

일단 지금까지는 양당 모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찬성해왔지만, 개전 500일 차가 넘어가면서 일부 공화당원은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적'이 다르고, 그 적이 제기하는 위험 수위가 다르다는 점도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이스라엘은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부터 이란까지 다양한 이슬람 세력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들은 핵무기로 무장한 초강대국인 러시아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만이 러시아를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NYT는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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