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초기 북한과 핵전쟁 대비"…당시 상황은
우드워드, 트럼프 초기상황 저서 통해 상세히 전해
北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내 위기감 갈수록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9년 2월 16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미국 남부 국경선 장벽 설치 문제와 관련한 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지칭해 "나는 그가 북한과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외과 수술식의 정밀 타격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 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일견 뜬금없어 보이는 이 얘기의 배경은 2018년 가을에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2016년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위협의 심각성이 한계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그때까지 견지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기조로 했던 정책에서 탈피해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을 제거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고 우드워드는 전한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북한 영토에 산재해있는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정밀하게 추적했고, 이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지를 복합적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전격적으로 대북 군사 공격을 단행해도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을 일거에 파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북한의 공개된 핵시설의 85%가량'을 파괴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설명했다.
이는 아무리 세계 최강의 미국 정보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물론이고 비밀 핵시설이나 비밀 보관장소를 낱낱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해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시설을 전부 파괴하지 못할 경우 이는 북한의 반격이 가능함을 의미하며, 북한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도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 군사공격 카드를 포기했다는 게 우드워드가 저서에서 전한 결론이다.
오바마의 뒤를 이어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초기 오바마가 강구했던 대북 정책의 주요 내용을 파악했으리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특히 그가 2017년 7월 6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자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대북 선제 타격론을 제기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마침 11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트럼프 행정부 초기 상황을 알 수 있는 보도를 했다.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 고문을 지낸 마일스 테일러는 오는 18일 출간되는 '역류-트럼프 재선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경고'에서 당시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질적인 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테일러는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상황실 회의가 끝난 뒤 "전쟁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당시 그는 심각했다"면서 "국토안보부는 미국 본토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고 가정해야 했다"고 당시 기류를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 내에서 갈수록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군사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급박해질 요소가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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