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말로만 민간기업 지원 약속…국영기업과 차별 여전"
홍콩매체 "민간기업, 자원과 금융 접근성 떨어져 회복에 어려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 전환 후 경제 살리기에 나서면서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 약속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정작 실행 조치는 부족해 당국의 약속이 갈수록 '립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중국 서남부의 한 현관문 제조사는 지난해보다 주문이 늘긴 했지만, 수지타산을 맞추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의 랴오모 매니저는 올해 들어 매출이 늘긴 했지만 이익은 극도로 낮아졌다며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살아남는 게 목표다"라고 SCMP에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고르지 않은 회복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윤을 대폭 줄여야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민간 기업의 어려운 상황은 중국의 국영 기업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광둥성에서 국영 무역회사를 관리하는 제이슨 량 씨는 최근 진행된 거래를 소개하며 국영 기업들이 민간 경쟁사보다 어떻게 우위에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매우 간단한 예를 들면, 우리는 지금 1천만달러(약 129억원) 상당의 제품을 대형 구매자인 호주 슈퍼마켓 체인의 창고로 보낼 수 있다. 그들이 먼저 제품을 판매한 후 우리는 90∼120일 후 최종 대금을 결제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민간 경쟁사들은 거의 없다"며 "이는 이처럼 대형 고객으로부터 수주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국영 기업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더 나은 대출 역량으로 '위드 코로나' 이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들은 이러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중국 경제 기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정산제 주임은 지난 3일 민간 기업 책임자들을 만나 어려움 해결을 약속했다.
관영 통신 신화사는 이를 보도하며 정 주임이 "민간 기업과의 소통과 교류 메커니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SCMP는 "정 주임이 이달 들어 민간 기업가들을 벌써 두 차례 만났다"라며 "중국 정부 모든 계층의 관리들이 지난해 말부터 민간 기업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달콤한 말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많은 이들이 수요 둔화, 정책 변화 가능성, 약한 지원과 낮은 경제 성장 전망 등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여러 경제 지표는 민간 분야의 회복이 국영 기업에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1∼5월 민간 기업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0.1% 줄어들었다. 반면 국영 기업의 고정자산 투자는 8.4% 급증했다.
또 1∼5월 연간 매출이 최소 2천만 위안(약 36억원)인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업 이익에서 국영 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지만, 민간 기업은 21.3% 줄어들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등기를 한 민간기업은 5천92만7천600곳으로 2012년 말(1천85만7천 곳)의 3.7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이 국유·외자기업 등을 포함한 전체 중국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9.4%에서 92.4%로 커졌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중국의 고용과 세수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민간 기업과 국영 기업 간 차별이 여전해 '위드 코로나'에도 민간 분야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고 이는 결국 중국의 경제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확실하고 안정적인 정책으로 자원과 금융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늘리는 것만이 민간 기업들 사이에 자리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며 "일부는 그러한 조치가 없다면 중국의 경제 회복 전망은 지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재경대 류위안춘 총장은 지난달 말 싱크탱크인 금융40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간 분야의 자금 가용성과 그들이 공정한 경쟁을 누릴 수 있는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민간 분야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더 낮추는 방향으로 금융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수석이코노미스트포럼의 린차이이 부소장은 '위드 코로나' 회복에서 벌어지는 불균형의 뒤에는 자원과 신뢰의 부족이 자리하고 있으며, 민간 분야에 대한 지원이 립 서비스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SCMP에 "법치를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 정책은 매우 안정됐다. 이는 사람들에 강한 신뢰를 안겼고 민간 분야의 번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몇년간 민간 기업들은 매우 큰 불안정과 흔들리는 정책을 경험했다"며 "국영 기업과 비교해 민간 분야는 자원 확보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고 두 분야를 동등하고 공정하게 대우하겠다는 당국의 약속에도 구체적인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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