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김동관·구자은, 폴란드行…배터리·방산 협력 논의
경제사절단에 24개 대기업·41개 중소중견기업 등 참여
방산 신규수주 계기 기대…인프라 사업·우크라 재건 협력 논의도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경제계가 베트남에 이어 이번에는 폴란드로 대거 출동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14년 만에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은 배터리와 에너지, 방산,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재계 총수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전문 경영인 중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김철중 SKIET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등이 동행한다.
◇ LG엔솔 폴란드 공장, 작년 생산액 10조 넘어
구광모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LG는 1997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으며, 현재 LG전자와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이 브로츠와프, 므와바 등에서 8개 법인(생산법인 5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폴란드에서 근무하는 LG 임직원은 9천여명에 달한다.
작년 폴란드에서 LG의 총생산액은 127억달러(약 16조5천억원)로, 폴란드 국내총생산(GDP) 6천882억달러의 1.8%에 해당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브로츠와프 공장은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로, 작년 생산액이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서며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배터리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브로츠와프 공장은 지난해 말 기준 70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올해 말 기준 연간 9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120만∼1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 초 폴란드 코즈민스키 대학과 경제신문 제츠포스폴리타가 선정한 '폴란드 경제 10대 기여 기업' 자동차 산업 부문에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제치고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차지하는 등 폴란드 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의 경우 LS전선이 지에르조니우프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법인(LSEVP)과 통신 광케이블 생산법인(LSCP)을 운영 중이다.
LS그룹의 폴란드 사업 규모는 2억2천700만달러 규모로 매년 증가 추세다.
LSEVP는 현재 폭스바겐, 포드, 르노 등 유럽 완성차 업체용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LG에너지솔루션 브로츠와프 법인에 공급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4월 유럽 전기차 생태계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취임 후 첫 해외 현장경영에 나서 LS전선 폴란드 법인 등을 방문한 바 있다.
◇ 'K-방산 큰손' 폴란드서 방산 신규 수주 이어질까
이번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배터리와 방산 산업 등에서 다양한 협력과 신규 수주 등의 업무협약(MOU)이 맺어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신재생에너지·배터리·방산·인프라 등 폴란드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미래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첨단 무기 도입에 나서며 'K-방산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8월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3조2천억원)을 맺은 데 이어 11월에는 다연장로켓인 천무의 수출 계약(5조원)을 맺는 등 8조원이 넘는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2차 실행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2차 계약에는 현지 방산 업체인 WB와 사격 통제시스템, 옐츠와는 운반용 트럭, HSW와는 체계 조립 분야에서 현지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차세대 장갑차인 레드백의 수출 협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폴란드 정부의 잠수함 도입 사업 '오르카 프로그램' 참여를 추진 중이다. 폴란드 정부가 유럽 외 다른 국가의 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내비친 데 따른 것으로, 아직 입찰 공고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한화오션은 참여를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에 K2 전차를 납품하는 현대로템은 이번 경제사절단 방문으로 올 하반기 예상되는 2차 계약이 한층 더 순조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1천대를 수출하는 총괄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8월에는 180대를 공급하는 1차 실행계약을 맺어 4개월 만에 초도 출고분 10대를 현지에 인도했다.
2차 계약 협상은 현재 세부사항을 조정하며 진행 중이다. 이번 폴란드 방문에서도 2차 계약에 관한 입장을 조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로템은 2019년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 트램운영사가 발주한 3천358억원 규모의 트램 123편성을 낙찰받아 현재까지 납품을 진행 중이다.
◇ 신재생에너지·인프라 사업 기회 확대 기대
건설사들은 원전,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의 분야에서 사업 기회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최대 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는 등 현지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번 국빈 방문을 발판 삼아 플랜트는 물론 대규모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추가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폴란드가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력을 인정받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업체와 현지 업체 간 MOU도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 발전소를 철거하고 원자력 발전소로 대체하는 초대형 사업 '퐁트누프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팀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모듈러(조립식) 주택건설 등에서의 상호협력도 추진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협력 방안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허브"라며 "많은 나라가 폴란드와 협력해 우크라이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류 업체로는 유일하게 사절단에 포함된 패션그룹 형지는 2016년 인수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통해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권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유럽에 주둔한 미국 군납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장하나 권혜진 전성훈 이승연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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