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이 말한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과 투키디데스의 함정
엘리슨 교수 지난 500년간의 패권경쟁 사례 분석
미중 패권경쟁의 미래·방향성에 관심 고조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미·중 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6∼9일 중국을 방문했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중국 일정을 마무리하며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가 언급한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은 하버드대학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말한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맥락이 이어진다.
엘리슨은 미국과 중국이 현재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서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 상황에서 따온 말이다.
즉, 그리스내에서 패권을 쥐고 있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부상하던 도전세력 아테네를 견제하면서 빚어진 구조적 긴장상태에서 전쟁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엘리슨은 이 구조를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초강대국과 도전세력의 충돌사례에 적용했다. 그 결과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에서 12차례나 전면전으로 이어졌다고 서술했다. 강대국들이 긴장관계에 빠져들면 평화적인 공존보다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은 4번의 사례에는 15세기말 세계제국과 무역을 놓고 경쟁했던 포르투갈(지배세력)과 에스파냐(신흥세력), 그리고 20세기초 세계경제 지배와 서구세계에서의 해군력 우위를 놓고 경쟁한 영국과 미국, 2차 세계대전 종식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던 미국과 소련의 패권경쟁, 마지막으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영국과 프랑스(지배세력)과 독일간 유럽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경쟁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현재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이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엘리슨의 예측대로 '예정된 전쟁'을 향해 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 전쟁으로 향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미국과 중국 모두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해 상대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복합적 질서'가 창출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양국에 재앙이 되고, 세계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고 이번 협의를 통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10년 전인 2013년 6월 국가주석으로 등극한 뒤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한 말을 떠오르게 한다.
긴장과 협력의 양갈래 길이 놓여져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세계인들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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