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팅 전 호주총리 "나토 사무총장은 '최고 바보'" 비판 논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미국 대리인처럼 행동"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폴 키팅 전 호주 총리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최고 바보"(the supreme fool)라고 공개 비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집권 노동당의 원로인 키팅 전 총리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스톨텐베르그는 유럽 안보를 위한 지도자나 대변인이 아니라 미국의 대리인처럼 행동한다"며 그가 유럽이 아니라 미국의 이해에 따라 아시아 지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대서양 지역에 초점을 둔 나토가 아시아로 팽창하는 것에 대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고는 정당하다"며 "국제무대의 최고 바보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가 일본에 연락 사무소를 개설하려는 계획에 대해 북대서양 범위를 너무 벗어난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지난주 1년 임기를 연장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올해 초 "유럽에서 발생한 사건은 인도·태평양에도 중요하고 아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은 나토에도 중요하다. 안보 문제는 상호 연관돼 있다"고 밝히는 등 나토와 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키팅 전 총리는 "유럽은 지난 300년 동안 서로 전쟁을 벌였다"면서 "이러한 '악성 독약'을 아시아로 수출하는 것은 전염병을 전파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도 말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오랜 가난 끝에 최근 겨우 경제 발전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심어 놓은 유럽의 군사주의와 얽히면 미래 전망이 손상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호주를 포함해 한국·일본·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작년에 이어 2년째 '파트너 국가'로 초대받았다.
그의 발언은 노동당 정부를 이끄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나토 회의 참석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총리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팅은 1990년대 초반 호주 총리를 지낸 노동당 원로로 친미·반중이 아니라 미·중 간 중립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가 미국·영국과 새로 체결한 오커스(AUKUS) 동맹과 미국·호주·일본·인도로 구성된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대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반대 입장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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