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한·일까지 부른 중국전략 두고 '일만 키우나' 내분"
WSJ, 정상회의 앞두고 여전한 '불협화음' 소개
일부 회원국, '북대서양 집중' 주장하며 아태 진출 반대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옛 소비에트연방의 위협에 맞서는 서방 군사동맹으로 출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확장을 둘러싼 내부 잡음이 가라앉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군사적 야심 억제까지 나토의 활동 영역을 넓히다가 본연의 임무까지 어려워진다고 반대하거나 역풍을 우려하는 회원국이 적지 않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토 회원국 사이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자원이 소모된 상황에서 중국 억제로까지 역할을 확대하는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회원국 중에서는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5월 한 안보 콘퍼런스에서 나토가 아시아·태평양으로 지리적 영역을 확장하는 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일본 도쿄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에도 반대 의견을 냈다.
아시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나토를 주요 지역인 북대서양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란 논리였다.
중국 역시 나토가 자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증거라며 도쿄 연락사무소 설치 계획에 거세게 반발했고, 이는 결국 해당 계획이 보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우리는 나토가 이 지역으로 동진해 역내 문제에 간섭하고 블록간 대결을 조장하는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아왔다"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인민해방군 장성인 자오샤오줘 대교(大校·한국의 대령과 준장 사이)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과 나토가 광범위한 군사동맹으로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유럽 국가들의 빈약한 해군 역량을 고려할 때 이들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제해권을 확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나토 군함이 때때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공격적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브래드 글로서먼 선임 고문은 강조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이와마 요코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권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유럽의 번영도 위태로워진다고 지적했다.
WSJ은 "나토가 더 많이 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4개국은 우크라이나 지지를 통해 유럽 안보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더 많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을 통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비슷한 방안을 미국과 논의 중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나토는 2019년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작년 6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22 전략개념'에 최초로 중국을 명시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WSJ과 한 인터뷰에서 "나토는 북미와 유럽간 역내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이 지역(아시아·태평양)은 글로벌 위협에 직면했고 우리는 전세계 협력국과 함께 이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은 나토 가입 의향을 보이지는 않고 있으며,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북미와 유럽 이외 국가와 (집단방어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에 따른 글로벌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도,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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