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서열 2위 상원의장 아들,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아
상원의장, 아들 결백 주장 "40일 뒤에 고소…진정성 의심스러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내 권력 서열 2위인 상원의장의 아들이 성폭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밀라노 검찰은 지난 5월 18일 이냐치오 라 루사 상원의장의 아들인 레오나르도 아파케 라 루사(19)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22세 여성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성폭행 사건 수사에 나섰다.
이 여성은 당시 자정 무렵 친구와 함께 밀라노 중심부의 디스코 클럽에 갔다가 그곳에서 레오나르도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레오나르도가 권한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고, 정오 무렵 깨어났을 때는 알몸 상태였다고 했다.
이 여성은 레오나르도가 약을 탄 음료를 자신에게 먹인 뒤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성폭행이 벌어진 곳이 라 루사 상원의장의 자택이었다며 낮 12시 30분께 라 루사 상원의장이 방을 들여다본 뒤 자신이 침대에 있는 것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고 말했다.
집에 도착한 이 여성은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목과 허벅지에서 상처가 발견됐다. 소변 검사 결과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여성은 디스코 클럽에 가기 전에 코카인을 복용했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보도했다.
이 여성은 그로부터 40일 뒤 밀라노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라 루사 상원의장은 아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내 아들을 만나기 전에 코카인을 복용했다는 여성의 설명은 객관적으로 많은 의문을 남긴다"면서 40일이나 지난 뒤에 고소장을 냈다는 사실도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라 루사 상원의장은 "항상 신뢰해온 검찰이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내 의혹을 해소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들 레오나르도는 변호사를 통해 합의로 성관계를 한 것이지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라 루사 상원의장이 피해 여성을 매도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슐라인 대표는 "성폭행 피해를 신고한 여성의 신뢰성을 훼손하려는 상원의장의 말을 듣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며 "상원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2차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많은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보고도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을까 봐 두려워서 신고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 이어 이탈리아 내 권력 서열 2위인 라 루사 상원의장은 무솔리니 숭배자로 통한다.
그의 아버지인 안토니오는 1940년대 베니토 무솔리니의 국가파시스트당(PNF)에서 당 비서를 지냈고, 종전 이후에는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가담했다.
멜로니 총리와 라 루사 상원의장은 2012년 MSI를 계승한 이탈리아형제들(FdI)을 공동 창당했고,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이탈리아 내 권력 서열 1위와 2위에 올랐다.
라 루사 상원의장은 2018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산하 방송사인 '코리에레 TV'와 자택 인터뷰를 할 때 무솔리니 소형 동상 등 파시스트 기념품을 자랑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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