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 보내는 집속탄엔 '민간인 살상' 전범무기 오명
110개국 집속탄금지협약 가입…미·러·우크라는 가입 안 해
美국방부 대변인 "집속탄 지원할 경우 불발탄 낮은 것으로" 항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는 집속탄은 무차별 살상이 가능하고 민간인 피해를 키울 수 있어 국제적으로 다수 국가가 사용·보유·제조를 금지한 폭탄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은 미국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한 신규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의 집속탄 지원 요구에도 '민간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선 만큼 최대한의 군사 지원으로 전세를 역전시켜야 할 때라는 판단에 따라 집속탄 지원 방침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2차대전 때 처음 사용된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수십∼수백개의 '새끼 폭탄'을 집어넣은 폭탄으로, 주로 넓은 지역의 목표물을 공격할 때 쓰인다.
로켓, 미사일 등에 장착해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작은 탄약들이 넓은 지역으로 흩어져 지상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식으로 작동한다.
집속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수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데다, 불발률이 높아 자칫 터지지 않은 폭탄이 땅속에 묻혀있다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주의 단체들에 따르면 집속탄 내 새끼 폭탄 중 5분의 1 이상이 불발탄으로 남아있다가 수년 후에 이를 건드리거나 처리할 때 폭발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2차대전 이후 집속탄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5만6천600∼8만6천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속탄으로 미군이 사망하거나 다친 사례도 있으며,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발칸반도, 라오스 등에선 여전히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집속탄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2008년 다수 국가가 '집속탄 금지협약'(CCM)을 체결하고 생산과 사용, 이전 등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110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30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가량도 이 협약을 비준했다.
집속탄 퇴출 운동 단체인 집속탄금지연합(CMC)에 따르면 이 협약 채택 이후 전 세계 집속탄 비축량의 99%가 폐기됐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집속탄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집속탄을 광범위하게 사용해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집속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CMC는 지난해 여름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집속탄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6개월 동안 68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혼잡한 기차역을 공습했을 때도 집속탄이 들어 있는 미사일이 사용됐다. 이 공습으로 당시 수십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집속탄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오랫동안 검토해 온 사안"이라며 "만약 우리가 이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불발탄 확률이 낮은 폭탄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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