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찰, 현상금 걸린 민주활동가 자금 지원 혐의로 4명 체포

입력 2023-07-06 13:32
홍콩경찰, 현상금 걸린 민주활동가 자금 지원 혐의로 4명 체포

"2020년 해체된 민주진영 데모시스토당 전 당원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경찰이 현상금을 내건 해외 체류 민주 활동가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4명을 체포했다.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5일 저녁 해외로 도주한 사람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26∼28세 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4명이 이른바 '노란 가게'라 불리는 민주 진영 점포와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모금하고 이를 해외로 도피한 이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동적인 글을 게시하며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고 외세와 결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가 체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4명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홍콩 매체들은 이들이 2020년 해체된 민주 진영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의 전 당원들이라고 보도했다.

데모시스토당은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수감 중인 조슈아 웡과 홍콩 당국이 수배령과 함께 현상금을 내건 네이선 로가 2016년 공동으로 창당했다.

로는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한 해에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로 당선됐으나 이듬해 의원 충성선서 파행 논란에 휩싸이며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2020년 6월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직전 영국으로 떠났고 영국 정부는 이듬해 그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데모시스토당 역시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자진 해산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이후 홍콩의 민주 진영은 사실상 궤멸했지만, 홍콩 경찰은 지난 3일 로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들은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에 머물고 있으며, 해외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경찰이 이와 관련해 현상금을 내건 것은 처음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4일 현상금이 걸린 이들에 대해 "평생 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3년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90세 260명이 체포됐고, 161명이 기소됐으며 7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경찰이 이번에 현상금을 내건 8명 외에도 수십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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