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중국계 과학자 75%, 미국서 학자로서 활동에 불안감 느껴"

입력 2023-07-06 12:54
"재미 중국계 과학자 75%, 미국서 학자로서 활동에 불안감 느껴"

美대학 중국계 종신직 학자 1천300명 "美 조사·中 보복 모두 두려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과학자의 약 4분의 3이 학자로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미 대학에서 종신직을 받았거나 종신직을 받게 될 중국계 학자 1천300여명을 대상으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가 실렸다.

해당 조사는 아시아계 미국인 학자 포럼(Asian American Scholar Forum·AASF)의 의뢰로 하버드대 등에 재직 중인 5명의 중국계 과학자들이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4분의 3은 학자로서 미국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약 70%는 미국 정부의 중국계 연구원에 대한 조사가 두렵다고 밝혔다.

약 65%는 중국과의 공동 연구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30% 이상은 자신들이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여겼다.

응답자의 5분의 2는 미국 정부 관리들이 중국 정부나 중국 정책을 자주 공격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고, 비슷한 규모의 응답자는 자신의 언행으로 가족이나 친구가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이 될까 우려했다.

이번 설문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말 선보인 '차이나 이니셔티브'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실시됐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미국에서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 프로그램으로,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대항하는 성격이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자국 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2008년 시작한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술 인수' 전략의 일환으로 이에 참여하는 해외 과학자들에게 높은 연봉과 주택, 의료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인종적 편견·공포 조성이라는 우려 속에서 지난해 2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공식 종료됐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의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고 재미 중국계 인사들은 주장한다.

PNAS에 실린 보고서는 '차이나 이니셔티브'로 지금까지 최소 150명의 중국계 과학자가 조사를 받았고 그중 20여명이 기소됐으며, 더 많은 이들이 비밀리에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미중 기술 전쟁의 핵심 분야인 엔지니어링, 컴퓨터,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들이 최고의 두려움과 불안을 경험했다고 썼다.

아울러 2018년 이래 이들 분야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과학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AASF는 미중 갈등으로 2021년 재미 중국인 과학자 1천400여명이 미국 기관에서 중국 기관으로 이직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SCMP는 "많은 중국 과학자가 차이나 이니셔티브 개시 이래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며 지난달에는 생명물리 화학자 셰샤오량 하버드대 교수가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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