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들, '전기차 필수' 니켈 최대보유 인도네시아 장악"
WSJ 보도…"니켈 처리 기술 확보해 기업들끼리 공유"
"공장 3곳 설립 이어 한·미 기업과도 시설투자 협력"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핵심 원료 니켈 처리 기술을 선점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인도네시아 니켈 매장지를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1위 니켈 보유국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통제력 강화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국 기업들의 시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원료 생산에 초점을 맞춘 생산시설 최소 3곳을 완공해 가동 중이다.
그뿐 아니라 올해는 포드자동차와 한국 포스코홀딩스가 각각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시설을 짓는 데에도 중국 기업이 협력한다고 WSJ는 전했다.
이처럼 중국이 단시간 안에 인도네시아를 장악한 데에는 니켈 처리 기술 '고압산침출법'(HPAL)이 주효했다고 한다.
수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은 전기차 원료로 만들어지기까지 그 제련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HPAL은 극도의 고온 및 고압에 의존해야 하는 탓에 장비 손상이 잦고 수리도 쉽지 않아 많은 기업이 이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중국 국영 기업의 자회사 ENFI는 파푸아뉴기니 공장에 이 기술을 도입, 점진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기술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곧 중국의 다른 기업들도 해당 공장에서 기술을 습득한 숙련자들을 영입해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중국 닝보리친 또한 ENFI의 도움으로 2018년 인도네시아 광업 회사 하리타그룹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의 첫 번째 HPAL 공장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푸아뉴기니 공장 지분을 소유한 캐나다 기업 니켈28의 전략 책임자 마틴 비드라는 "중요한 것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및 지식 전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에너지조사기관 우드맥킨지의 안젤라 듀랜트는 "타당성 조사, 승인, 건설, 시운전 등 개발 과정이 기록적인 시간 안에 이뤄졌다"며 "중국은 HPAL을 서방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서방 자동차 업체들 입장에서 중국의 니켈 생산능력은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바라보면 다소 복잡하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배터리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써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규정에 따라 중국 기업이 연루된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이 정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고 다른 국적의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기도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브라질 광업 회사 베일과 일본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은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을 추진하다 폐기물 배출과 책임 분배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프로젝트 진행은 지연됐고, 스미토모는 결국 작년 4월 철수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베일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WSJ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한 중국의 최근 결정은 핵심 원료에 대한 대중국 의존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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