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자국민과 갈등 이주민 국경지대 사막으로 내몰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유럽행을 원하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튀니지가 일부 이민자들을 국경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인권단체인 경제사회권리포럼에 따르면 튀니지 경찰은 이번 주 여성과 아동을 포함한 수백명의 이민자를 리비아와의 사막 국경에 있는 군사지역으로 보냈다.
지중해 도시 스팍스 출신의 모에즈 바라칼라 의원은 "당국이 1천200여명의 이주민을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근처로 보냈다"면서 "이들에게는 식량과 의약품 등이 제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주민들을 인계받은 국경 수비대가 다음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법 이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스팍스에서는 최근 현지 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현지인 한명이 숨지기도 했다.
경제사회포럼 대표인 벤 오마르는 "스팍스 지역 인권 운동가들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폭행당하거나 숙소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며, 일부는 지역 주민들에 의해 감금되기도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영상에는 젊은 튀니지 남성들이 이주민들을 가둔 채 막대기를 들어 올리며 "튀니지 만세"를 외치라고 요구하는 장면도 나온다.
튀니지 내무부는 이주민 강제 퇴거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남부와 가까운 튀니지는 불법 이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출발지로 삼는 곳이다.
또 다른 출발지였던 리비아에서 이민자 단속이 심해지면서, 최근 튀니지로 몰리는 이민자 수가 더 늘었다.
현지 주민들은 이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무질서한 행동을 한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지난 2월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는 혐오 발언을 하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거부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에는 수백명의 스팍스 주민들이 당국에 이주민 추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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