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3세 국왕 '스코틀랜드 대관식'…"내 왕 아니다" 시위도
16세기 왕관 등 스코틀랜드 보물 받아…시위대 일부 체포
무게 7.5㎏ 보검은 올림픽 조정 선수가 들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스코틀랜드에서 약식 대관식 같은 행사를 치르며 스코틀랜드에 공을 들였다.
찰스 3세 국왕은 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성 자일스 성당에서 개최된 '감사와 헌신 예배'에서 왕관, 홀(Sceptre), 보검 등 스코틀랜드 왕실 보물들(Honours of Scotland)을 받았다.
왕관은 1543년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이 대관식 때 사용한 것이다.
보검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름을 따서 새로 제작됐으며, 무게 7.5㎏로 런던올림픽 여자 조정 금메달리스트가 들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관식 때 페니 모돈트 추밀원 의장이 든 검의 두 배 무게다.
스코틀랜드 고대 왕실의 상징인 '운명의 돌'도 자리를 지켰다. '운명의 돌'은 대관식에 쓰인 후 에든버러로 돌아왔다.
이날 예식은 엄밀히는 대관식은 아니지만 더 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일부 언론은 '스코틀랜드 대관식'이라고 불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년 전 이 예식을 처음 치르면서 평상복을 입었으나, 찰스 3세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관식보다 간소하지만 비슷하게 구성했다.
왕정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스코틀랜드 민심을 잡아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든버러성에서 성 자일스 성당까지 왕관이 이동할 때는 스코틀랜드인 100명, 군인 700여명이 함께 행진했고, 찰스 3세가 다닌 고돈스토운 학교 학생들이 백파이프 연주를 했다. 찰스 3세 부부는 차를 타고 움직였다.
예식 후에는 예포 21발 발사, 공군기의 공중분열식 등이 펼쳐졌다.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 부부도 이날 예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로더세이 공작 부부라는 호칭도 갖고 있다. 해리 왕자는 불참했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성경을 낭독했고,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베네데티가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성 자일스 성당이 있는 로열 마일에는 왕실 팬들 사이에 왕정 반대 단체 '리퍼블릭' 회원 등 약 200명이 명당을 차지하고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 라고 외쳤다.
스코틀랜드 의회 밖의 다른 왕정 반대 시위에서는 스코틀랜드 녹색당 공동대표가 연설을 했다.
스코틀랜드 경찰은 환경단체 회원인 20세와 21세 여성 두 명이 안전 분리대를 넘어가려다 붙잡혔다고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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