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IAEA 보고서 논란 격화, 여야는 국민 불안 해소에 뜻 모아야
(서울=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두고 여야의 대응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IAEA 보고서의 신뢰성을 부각하면서 민주당의 오염수 방류 반대에 '대통령 탄핵' 의도가 있다고 몰아세웠고, 민주당은 보고서 신뢰성을 전면 부정하면서 IAEA를 공격했다. 보고서가 오염수의 인체 유해 논란을 해소하기는커녕 여야 정쟁의 불쏘시개가 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에 대해 "일본의 용역 발주 보고서(박광온 원내대표), "수박 겉핥기식 깡통, 백지 보고서"(정청래 최고위원)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해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건강검진에서 흉부 엑스레이 한번 찍고 피검사 한번 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100살까지 (사는데) 문제없으니 안심하라'고 하는 사기꾼 의사"라고 IAEA를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이런 주장이 공감을 얻으려면 오염수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2021년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방류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는가?'라는 민주당 의원 질의에 "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전제 조건으로 IAEA의 '과학적 근거 제시','정보 공유 및 사전 협의', '검증시 한국 참여'를 제시했고, 결국 3가지 요구가 수용돼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와서 "IAEA는 핵사찰 기구이지 보건의료 기구가 아니다"(정청래),"IAEA가 일본과 공동작업을 했다"(김회재 의원)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되니 입장이 달라졌다는 비판을 낳는 이유일 것이다.
야당 공세에 맞서는 여권의 태도 또한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기에 미흡하다. 정부는 이날 IAEA의 최종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심층 분석이 현재 진행중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조속히 국민 앞에 분석 결과를 내놓고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했던 우리 실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도 더 늦어져선 안 된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켜 정쟁의 또 다른 소재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대국민 설득보다 야당 비난에 치중하는 듯한 국민의힘의 자세도 생각해 볼 문제다. 김기현 대표는 "오염수 괴담 선동 이면에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 총선 전략이라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야당의 정치 공세도 문제지만, 이를 두고 여당이 '정권 타도' 운운하는 것은 감정 대립만 더할 뿐이다. 야당을 어떻게라도 설득해 타협점을 도출해내는 것이 집권 여당에 주어진 기본 책임임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기정사실로 된 만큼 국민 불안을 덜기 위한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치권은 오염수 방류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과학에 기반한 실효적 대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바란다. 여권은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을 부각하는 것에 더해 어민과 어류양식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내놓는데 진력해야 한다. 야당의 역할과 책임도 막중하다.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총선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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