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기' 자포리자 원전 주전력선 또 끊겼다…"위태로운 상황"
한가닥 보조전력선 의존해 냉각수 공급 등 안전유지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서 4일(현지시간) 안전 확보와 직결된 주전력선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오전 일찍 자포리자 원전과 외부 주전력선과의 연결이 단절됐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에 연결된 750킬로볼트(kV) 고압 전력선 4개 중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개를 통한 전력 공급이 이날 오전 1시21분께 끊기면서, 이달 1일 막 복구한 330kV짜리 보조 송전선 하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된 이 시설은 같은해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전환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런 까닭에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만 연료봉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IAEA는 강조했다.
IAEA는 "당장은 무엇 때문에 전력 공급이 끊겼는지, 얼마나 이 상황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분쟁 발발 이후 7차례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외부로부터의 전력공급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이 발전소의 위태로운 원자력 안전 및 안보 상황을 재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고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방이 자포리자 원전을 폭파하거나 공격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벌어져 주목된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측이 4일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 2기의 지붕에 폭발물로 보이는 물체를 설치했다면서 이 물체가 폭발하면 원자로가 손상되지는 않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을 가한 듯한 흔적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야간 화상연설에서 "(러시아는) 발전소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공격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포리자 원전을 접수한 러시아 원전 운영사 '로스에네르고아톰' 사장 고문 레나트 카르차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에 방사성 폐기물 등을 채운 '더티밤'(dirty bomb)을 투하하려 한다면서 '7월 5일 밤'을 결행 날짜로 못 박기도 했다.
단일 원전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에서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최근까지 포격 등 군사 활동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주변 일대가 러시아를 상대로 대반격 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대규모 원자력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앞서 IAEA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보장을 위해 공격 금지와 중화기·군인 주둔 금지, 외부 전력 공급 보장 등 원칙을 제시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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