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리스킹'에 맞불?…중국, EU외교수장 방중 일방취소 통보

입력 2023-07-05 00:50
'중국 디리스킹'에 맞불?…중국, EU외교수장 방중 일방취소 통보

내주 예정된 방중 취소 사유 불분명…中외교부는 "정보 없어"

中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에 EU '난감'…"WTO 규정 준수 촉구"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내주로 예정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방중 일정이 중국 측의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중국측으로부터 내주로 예정된 날짜가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앞서 지난 4월 방중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 감염으로 연기된 바 있다.

이에 그는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을 찾기로 다시 일정을 조율했다. 그러나 방중 직전에 별다른 사유 없이 중국 측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셈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렐 고위대표의 방중과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짚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 거론된 것에 우회적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U는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도 "공급망을 포함해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을 향해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즉각 완전하고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당시 외신은 EU 일부 회원국과 중국 간 관계 등을 고려해 수위가 조절된 '평이한 수준'의 내용이라고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중국 자극을 최소화하려던 EU의 노력에도 고위급 회동이 또 한 번 무산된 셈이다.

이번 회동 취소는 중국 당국이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맞물려서도 주목된다. EU 내부에서는 난감한 기류도 감지된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국가안보와 국익 수호를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갈륨·게르마늄 관련 물질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EU가 전략적 원자재로 분류하고 있는 광물로,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제조 등에 필수다. 2020년 기준 EU로 수입된 갈륨의 71%, 게르마늄의 45%가 중국산이었다.

EU 집행위는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전날 중국 측으로부터 갈륨·게르마늄 포함 제품에 대한 이중용도(dual-use) 수출 허가서 요건이 부과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현재 (중국의) 발표 내용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EU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세부적으로 분석 중"이라며 "집행위는 이 같은 수출통제는 글로벌 평화를 지키는 것과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면서 분명한 안보 고려사항에 근거를 두고 수출제한 및 통제 조처에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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