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성장·안정 두마리 토끼 모두 잡아야
(서울=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짐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4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 3대 중점 과제에 힘을 쏟는 한편 미래 대비 기반 확충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정 기조하에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올해 들어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바닥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경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월에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소비자물가는 21개월에 2%대로 떨어졌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얘기하기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변곡점 부근에 진입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와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경기 흐름이 바뀌는 민감한 시기에는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정부는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적시에 경기 부양의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단순한 재정 투입이 아닌 제도 개선과 규제 혁파를 통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최근 수년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돈이 너무 풀리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첨단전략산업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고 벤처 업계 지원을 위한 '벤처 활성화 3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내수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행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동시에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우리 경제의 '블랙홀'인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근본적 해결을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6%에서 1.4%로 낮췄다. 한국은행과 같고 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전망치 1.5%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국제 정세 불안, 반도체 불황 장기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 대외 여건의 악화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데다 내수도 쉽게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저하고'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1.8%까지 상승하고 내년에는 연간 2.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없이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야당도 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는 임기 말까지 추경 없이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 안팎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하지만 돈을 풀지 않으면서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치밀하면서도 유연한 전략, 그리고 철저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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