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홍콩의 민주화 인사 현상금 조치에 강한 우려
현상금 당사자 "코미디 같은 조치"…중국·홍콩 비판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 정부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호주로 망명한 인사를 대상으로 현상금을 내건 홍콩 당국의 조치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4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홍콩 국가보안법상 '외국과의 공모' 혐의로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계 변호사 케빈 얌과 테드 후이 전 홍콩 입법의원에 대해 현상금 100만 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를 걸었다.
현상금 대상에는 이들뿐 아니라 2019년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미국·영국·캐나다 등으로 망명한 다른 인사 6명도 포함됐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홍콩 당국이 민주인사를 체포하고 시민사회를 탄압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광범하게 적용하는 것에 줄곧 우려하고 있다"면서 "의사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웡 장관은 이어 "홍콩인의 자유와 권리, 자치권이 계속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금 대상이 된 인사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홍콩 당국과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호주 시민권자로서 홍콩에서 20년간 일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한 바 있는 얌 변호사는 "현상금 뉴스를 듣고 오히려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국가보안법에 의한 체포영장을 '명예훈장'이라고 여길 정도로 홍콩이 엉망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2021년 호주로 망명한 후이 전 의원은 "현상금을 내건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코미디 같은 조치"라면서 "중국 공산당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당 정권이 나를 추방하라고 서방 국가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면서 "중국이 더 극단적인 권위주의로 나아가고 있음이 확실해졌다"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15∼90세 260명이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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