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3명 중 1명, 반란 후에도 프리고진에 '긍정적'
바그너 반란 이후 인기 급락했지만 젊은층은 상당히 지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러시아 군부를 향한 반란 이후에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러시안 필드'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러시아인 3명 중 1명은 프리고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쟁 기간 꾸준히 상승하던 프리고진의 지지율은 반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을 일으켰으나, 약 하루 만에 회군을 결정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그의 짧은 반란은 20여년 권력을 유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최대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안 필드는 반란 직전과 직후 러시아 전역의 약 1천60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29%는 여전히 프리고진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프리고진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약 40%였다. 나머지 응답자는 프리고진의 행동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견해를 드러내기를 거부했다.
이번 조사 전까지 프리고진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는 전쟁 기간 러시아 지도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끌어 올렸다.
지난달 초 러시안 필드 여론조사에서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율은 55%로 지난 2월과 비교해 1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란 이후 프리고진의 지지율은 26%포인트 떨어졌다.
NYT는 러시아 내 언론의 자유가 제한적이고, 반란 이후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의 인기를 깎아내리려고 노력했는데도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가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프리고진의 지지율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주로 TV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국영 TV의 정보 전달을 제한하는 등 러시아 정부의 선전 활동이 부분적으로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반면 18∼44세 응답자 중에서는 프리고진의 지지자와 반대자 비율이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NYT는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이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프리고진에 대한 강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프리고진의 온라인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비판이 불법인 러시아에서 수행된 이번 여론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부의 억압에 부담을 느낀 응답자들이 솔직한 견해를 드러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안 필드가 전화로 접촉한 사람의 70∼80%는 조사 참여를 거절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