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석탄 대신 수소로 쇳물 생산한다…2050 탄소중립 목표
2026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 상업화…'제철보국'서 '탄소중립' 견인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준공 50주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대형 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이 터져 나왔다. 박태준 당시 포항종합제철(포스코 전신) 사장과 건설 요원들은 모두 만세를 불렀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7월 3일, 포항종합제철은 건국 이래 최초로 현대식 용광로로부터 철강 완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인 '일관제철체제'를 갖췄다.
조선과 자동차로 대표되는 우리 중공업이 본격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박태준 사장이 제철소 건설 현장을 시찰하며 강조한 '우향우 정신'은 아직도 포스코그룹 내 비중 있게 회자된다.
박 사장은 제철소 건설 사업에 대일청구권자금 일부를 사용한 것을 두고 "선조들의 피 값으로 건설하는 만큼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며 포스코 구성원들에게 남다른 각오를 주문한 바 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3일 포스코그룹은 포스코 포항 본사에서 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포스코그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제철보국'의 길을 이끌었다는 사명에서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공법인 '수소환원제철' 시험 설비를 오는 2026년까지 도입 및 상업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근간 사업인 고로 기반의 쇳물 생산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남기지 않는 변화를 맞이한다.
현재 쇳물 생산은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함께 넣고 열풍을 주입해 석탄이 연소되면서 철광석의 환원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를 따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슬래그 등 부산물이 남는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철을 생산할 수 있고, 고로 방식과는 달리 순수한 '물'(H20)만 남는다.
이 같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제철소의 상징이라 할 고로가 사라지고,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기 적절한 형태로 가공하는 소결 공장과 코크스 공장 역시 사라지게 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를 오는 2026년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한 뒤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 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오는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오는 2050년까지 하이렉스 9기 도입 등 탄소중립 전환비용은 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포스코는 전망한다.
포스코는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쓴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변혁의 시작"이라며 "더 이상 제철소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차 등 미래 신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수소 사업 등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향후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되는 관련 사업의 변화 속에서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해 국내 산업의 '저탄소 친환경' 경쟁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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