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프리고진 지우기' 박차…'푸틴, 암살명령 내렸다' 주장도
"정부 돈 12조8천억원 받아, 큰돈 때문에 탈선" 주장
반체제 구심점 될라…'돈에 눈멀었다' 위상격하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무장 반란 실패 후 벨라루스로 망명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게 '돈에 눈먼 배신자'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작업에 박차가 가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러시아 정보기관이 그에 대한 암살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표적 친정부 성향 언론인인 드미트리 키셀료프는 이날 본인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프리고진이 무려 8천580억 루블(약 12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이 큰돈 때문에 길을 벗어났다"면서 "그는 그가 국방부와 국가(러시아) 그 자체,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벌인 작전,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이뤄낸 일부 성과도 프리고진으로 하여금 무슨 일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키셀료프는 덧붙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이 작년 5월 이후 1년 사이에만 정부로부터 860억 루블(약 1조3천억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바그너 그룹의 짧은 반란 이후 러시아 정부가 짜낸 새로운 이야기가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내 반체제 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무장 반란으로 훼손된 푸틴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프리고진을 본격적으로 깎아내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프리고진이 자녀를 전쟁에 내보내지 않은 러시아 권력층을 비난하면서 '혁명'을 경고하는 행보를 보여온 점이나, 무장 반란 과정에서 국민 다수가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용병들 편을 든 점도 러시아 정부가 그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보인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프리고진이 보유한 사업체 중 핵심으로 꼽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패트리엇 미디어 그룹' 사무실을 최근 압수 수색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의 '돈줄' 역할을 했던 바그너 그룹 산하의 100여개 사업체를 몰수해 직접 관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을 암살할 것이란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기관(GUR)을 관할하는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정보부장은 지난달 29일 미국 군사 매체 '더워존'과 인터뷰에서 "FSB가 그(프리고진)를 암살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그런 암살 시도는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적절한 접근을 취하고 대규모 작전을 추가할 준비가 되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정치권에선 푸틴 대통령을 '용병 반란'이란 국난을 극복한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2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을 거치며 더욱 강해졌다면서 "그는 유혈을 막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했다"고 적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이날 신문 기고문에서 이번 사태가 "러시아 당국의 힘과 회복력을 입증했으며, 국민은 어머니 조국을 지키기 위해 최고 통수권자인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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