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20년 개인비서', 바티칸 떠나 "사실상 추방"
회고록 출간해 논란 일으켜…"나는 침묵하고 순종할 것"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였던 게오르크 겐스바인(66) 대주교가 1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떠났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보도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이날,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늘까지 바티칸을 떠나야 했고, 그렇게 했다"며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나는 침묵하고 순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중순 겐스바인 대주교에게 고국인 독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그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옆 교구 신학교에서 지낼 예정이다.
과거 교황의 비서들은 교구를 이끌거나 추기경에 서임되거나 다른 고위직에 임명됐다. 겐스바인 대주교가 코스타리카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교황은 그에게 어떠한 임무도 맡기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겐스바인 대주교와 같이 비교적 젊은 나이의 교황 비서를 새로운 임무 없이 바티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실상 교황이 그를 바티칸에서 추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2003년부터 거의 20년 가까이 같은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개인 비서를 지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지난해 12월 31일 선종하자 그는 회고록 '오로지 진실만을-베네딕토 16세 곁에서의 내 삶'을 출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 책에서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와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긴장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독일 언론 인터뷰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크게 상심했다고 밝혔다.
겐스바인 대주교의 회고록 출간과 일련의 언행은 교황에 대한 항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톨릭 교단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분간'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겐스바인 대주교에게 바티칸을 떠나 프라이부르크 교구에서 머물라고 명령했다. 겐스바인 대주교가 바티칸을 떠난 것은 2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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