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4조원 투입해 의료인력 대규모 확충…의대 정원 두배로
창립 75주년 NHS, 코로나19 겪으며 최대 위기…의사들도 파업
AI 기술 도입·현장실습 확대…신규 30만명 확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가 5년간 국민보건서비스(NHS)에 24억파운드(약 4조원)를 투입하고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30만명 신규 확충한다.
정부는 30일(현지시간) 국가 의료체계인 NHS의 15년 인력 계획을 발표하고 이처럼 밝혔다.
이번 정부 안에 따르면 NHS는 2037년까지 의사 6만명, 간호사 17만명, 기타 의료 전문가 7만1천명을 새로 충원한다.
이를 위해 2031년까지 의대 정원을 1만5천명으로 두 배로 늘리고 의사·간호사 수련 장소도 크게 확대한다.
현재 5년인 의대 학위 기간을 1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습 강화, 보조 의료진의 역할 확대 등을 통해 현장 인력을 최대한 빨리, 많이 확보한다.
또 인공지능(AI)과 웨어러블 기기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가상병동을 운영하고 환자들이 집에서 회복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하면 신규 인력 중 외국인 비율이 현재 25%에서 15년 후에는 10% 전후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이 정부 예상이다.
이와 함께 조직문화 변화와 처우 개선 등을 통해 NHS를 떠나는 인원을 13만명 줄인다.
현재 NHS에 빈자리가 11만2천개로 정원의 10%에 육박하며, 그대로 두면 2037년엔 36만개로 증가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는 "7월 5일 설립 75주년을 맞는 NHS 역사상 최대 규모 교육·훈련 확대 계획"이라고 말했다.
NHS 잉글랜드의 대표 어맨다 프리처드는 "환자 돌봄 개선과 관련해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만한 기회"라고 말했다.
NHS는 2차대전 이후 설립된 이래 무상 의료를 제공하며 영국 국가 정체성의 근간을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점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급격히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 때 격무로 지친 가운데 최근 물가가 뛰면서 힘든 근무환경과 낮은 급여 이슈가 크게 불거졌고, 염증을 느끼며 직종을 바꾸는 사례가 급증했다.
영국은 코로나19를 심하게 겪는 동안 의료진들이 많은 희생을 했다. 이들은 초기에는 적절한 개인보호장구가 없어서 큰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일하기도 했다.
결국 간호사들과 수련의가 파업한 데 이어 이제는 전문의, 방사선 촬영 기사들도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진료, 수술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대기 환자 수가 740만명으로 불어났다.
야당인 노동당은 이번 정부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10년 전에는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계획에는 의료진 파업의 주요 이유인 급여에 관해선 언급이 없었다.
수낵 총리는 이날 브리핑 중 관련 질의를 받고 "모두 더 많이 받고 싶어 하지만 다들 현재 경제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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