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실험실에서 태어난 고기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웰니스·환경·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살아있는 동물을 도축한 고기가 아닌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든 배양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장식 사육이나 도축이라는 과정 없이 식감이나 맛에서 실제 고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양육은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동물 윤리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배양육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다. 근위성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등의 세포를 동물 조직에서 분리한 후, 세포 수를 늘려 근육의 형태로 만든다.
세포 수를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배지라고도 불리는 배양액이다. 배양액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은 줄기세포는 근육 세포로 바뀌고 고기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데에는 소 태아 혈청이 널리 쓰인다. 소 태아 혈청은 도축 당시 임신 상태에 있는 소의 태아에서 채취한 혈액의 혈청인데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요소가 두루 들어있다.
세포를 빠르게 분화하고 성장을 용이하게 해 대량 배양을 하기 위해서는 3차원 지지체가 사용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농무부(USDA)는 배양육을 만드는 스타트업 두 곳에서 생산한 세포 배양 닭고기의 일반 소비자 판매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 AT커니는 미래 육류시장 예측 보고서에서 2040년에는 배양육이 전체 육류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이스에프, 셀미트, 티센바이오팜 등의 업체들이 배양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푸드테크 업계 관계자는 "배양육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좋은 해결책 중 하나"라며 "세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육류 소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기존 생산량보다 더 많은 육류를 생산해야 할 것으로 국제기구들은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우리 정부도 안전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세포·미생물 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얻은 식품 원료를 식품의 한시적 기준·규격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 추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시적인 세포 배양 인정을 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는 마련됐다"며 "세부 기준을 연내 마련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배양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최윤재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명예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세포 배양 과정에서 여러 화학 물질을 넣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실제 고기는 단백질, 지방뿐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여러 생리 활성 물질이 있는데 배양육에는 극히 적거나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의 태아 혈청을 배양 과정에서 사용하는 것이 동물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푸드테크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인식해 소 태아 혈청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 태아 혈청 사용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고, 태아 혈청을 대체하는 물질을 만들어 배양육 업체에 공급하는 산업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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