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종 우대정책' 판결 놓고 美 흑인 대법관 2명 정면 충돌
보수 토머스 "모든 게 인종 탓은 아냐…인종 중심적 세계관 실패"
진보 잭슨 "인종 생각 말라며 차별 해결은 커녕 보는 것도 거부"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반세기 넘게 시행됐던 '대입시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9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의 흑인 대법관이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대립했다.
특히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진보 성향의 흑인 여성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판결하면서 서로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비난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보였다.
1991년 흑인으로는 두 번째로 대법관이 된 토머스 대법관은 이날 보충 의견을 통해 "개인은 각자의 고유한 경험, 도전, 성취의 총합"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직면하는 도전이 아니라 어떻게 이에 맞설지에 대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의 모든 책임이 인종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잭슨 대법관의 인종 중심적(race-infused) 세계관은 단계마다 실패한다"고 밝혔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토머스 대법관은 대학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다. 그러나 그는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음에도 이 정책 수혜자들은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선입견 때문에 로펌 취직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자서전에서 밝힌 바 있다.
토머스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이 다수의견을 읽은 뒤 별도로 자신의 보충 의견을 밝혔다.
이때 토머스 대법관과는 성향이 다른 잭슨 대법관은 굳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지난해 취임한 첫 여성 흑인 대법관인 잭슨 대법관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판결과 관련한 자신의 반대의견에 각주를 달고 토머스 대법관을 비판했다.
그는 토머스 대법관에 대해 "인종이 지원자들의 고유한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저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전체적인 이해를 능가하는 인종 의식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요점은 인종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종과 연결된 차별을 해결하기는커녕 보는 것도 거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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