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수뇌부에 반란 후폭풍…푸틴 '물갈이 칼춤' 시작한 듯
우크라전 1·2인자 활동중단…군부간판 강경파 체포 보도
친러 군사매체엔 "군부 숙청 진행중" 반란 방관자 처벌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실패로 끝난 이후 일부 러시아군 최고위 장성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를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 연루자 또는 방조자 축출을 명분으로 한 군 수뇌부 개편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을 멈춘 지난 24일 이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공개석상이나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현역 장성 중 최고위 인사인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다.
서방 분석가들에 따르면 게라시모프 참모장은 핵무기 발사 암호와 통신장비가 들어있는 이른바 '핵가방'을 지닌 3명 중 한 명이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무장 반란 이전부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그의 해임을 지속해 요구해왔다.
종적을 감춘 최고위 장성 중에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도 포함됐다.
러시아군 내 강경파를 대표하는 그는 무자비함과 유능함 때문에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일컫는 '아마겟돈'이라는 별칭이 붇은 장군이다.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았다가 올해 1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부사령관을 맡아왔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이뤄지는 가운데 작전 지휘권을 가진 최고 수뇌부 1, 2인자가 동시에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수로비킨이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해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한 상태다.
전쟁 도중 최고위 지휘관 2명이 동시에 종적을 감춘 것으로 두고 이번 군사반란 사태와 관련해 숙청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 '리바리'는 이번 반란과 관련해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리바리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막는 데 있어 '결단력 부족'을 보인 군 인사들을 당국이 색출해내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군 수뇌부를 향한 대규모 숙청의 구실을 제공했다는 게 리바리의 진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서방 당국자를 인용, 바그너 그룹이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에 직면하지 않은 점을 들어 러시아군 고위급 지휘관 중에서도 이에 동조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WSJ은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기습할 계획을 세웠다가 정보 사전유출 탓에 계획을 틀어 급작스럽게 모스크바 진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인 모스코타임스는 28일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지낸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대장)이 반란 사태와 관련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그의 체포가 "프리고진과 관련해 이뤄졌다. 명백하게 그는 이번 반란에서 프리고진 편에 섰다"며 수로비킨이 당국의 통제 아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수로비킨의 신병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체포 사실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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