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남극 아이스큐브, 우리은하 내 중성미자 방출원 첫 확인"

입력 2023-06-30 03:00
[사이테크+] "남극 아이스큐브, 우리은하 내 중성미자 방출원 첫 확인"

아이스큐브 연구단 "중성미자로 우주 관측 가능…'중성미자 천문학'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천체물리학 국제 공동연구단인 '아이스큐브 연구단'(IceCube Collaboration)이 남극 얼음 깊숙한 곳에서 운영 중인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IceCube Neutrino Observatory)를 통해 우리은하 내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또 중성미자를 이용해 처음으로 우리은하를 촬영하는데 성공, 빛, 전파, X선, 감마선, 중력파 등에 이어 중성미자로 우주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중성미자 천문학'의 개막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아이스큐브 연구단은 3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지난 10년간 수집한 중성미자 관측 데이터에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적용, 우리은하 내부에서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방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우리은하 내에서 수천 개의 중성미자 방출원을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관측법으로 촬영한 것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우리은하 사진을 공개했다. 중성미자 기반의 이 사진은 전자기 에너지가 아닌 물질 입자로 만든 우리은하의 첫 초상화라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이탈리아 살레르노대학 루이지 안토니오 푸스코 교수는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오랫동안 찾던 우리은하 내 중성미자 신호의 존재를 확인한 이 연구는 우리은하에서 천체 입자 물리학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cosmic rays) 중 하나인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고 일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으며 질량도 매우 작아 검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중성미자는 '유령입자'(ghost particles)로도 불린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전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이동 경로가 휘어지지 않기 때문에 날아온 방향을 역추적하면 방출원을 찾아낼 수 있지만 검출 자체가 어려운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중성미자 방출원은 태양과 초신성 1987A, 지구에서 37억광년 떨어진 천체인 '블레이자'(blazar) 등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연구단은 우주선 중 감마선(gamma rays)과 중성미자는 생성·방출 과정이 천체물리학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감마선 관측 결과로 볼 때 '우리은하 은하면'(Milky Way's galactic plane)에서 중성미자가 방출될 것으로 예측돼왔지만 지금까지 이를 포착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출이 어려운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포착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 남극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다. 남극 아문센-스콧 기지에 있는 이 관측소에는 1.5㎞ 얼음층 아래 1㎦ 부피의 얼음 속에 구멍을 뚫고 설치한 광센서 5천160개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단은 이 연구에서 이 관측소가 지난 10년간 수집한 6만 건 이상의 중성미자 관측 데이터에 기계학습을 적용, 우리은하 내부에서 중성미자가 방출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신뢰도 높은 통계적 증거를 확보했다.

연구단은 은하면에서 많은 양의 중성미자가 관측된 것은 우리은하가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방출원이라는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은하 내의 우주선 분포와 예상되는 상호작용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선임과학자인 프랜시스 할젠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뉴트리노의 경우 모든 파장의 빛으로 관측할 때와 달리 우주가 우리은하 내의 가까운 광원보다 더 밝게 빛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 결과를 종합하면 중성미자는 대부분 우주에 있는 활동성 은하 같은 우리은하 밖에서 방출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드렉셀대 나오코 쿠라하시 닐슨 교수는 "중성미자 기반의 우리은하 사진은 새로운 우주 관측법 발견 계보를 잇는 것"이라며 "중성미자 천문학도 이전 관측법들처럼 알려지지 않은 우주의 측면을 밝혀낼 수 있을 때까지 다듬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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