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WB 7억달러 지원받는다…채권국엔 30% 채무조정 요구(종합)
예산·복지 지원 용도…IMF·ADB 뒤이어 승인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박의래 특파원 = 세계은행(WB)이 경제 위기를 겪는 스리랑카에 7억 달러(약 9천2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조정하기 위해 채권국에 30% 헤어컷(채무조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경제 위기를 겪는 스리랑카에 예산과 복지 용도로 총 7억 달러 지원 계획을 승인했다.
이중 약 5억 달러는 예산 지원이고, 나머지는 경제 위기로 최악의 타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 지원용이다.
세계은행의 스리랑카 담당 국장인 파리스 하다드-제르보스는 성명에서 "세계은행 그룹의 전략은 단계적 접근을 통한 조기 경제 안정화, 구조 개혁, 빈곤층과 취약 계층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이 된다면, 이러한 개혁은 이 나라를 친환경적이고 탄력적이며 폭넓은 개발을 향한 길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스리랑카는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5월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바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3월 약 30억 달러(약 4조원)의 구제금융을 승인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달 말 3억5천만 달러(약 4천600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스리랑카는 세계은행과 ADB, 다른 다자 기구들로부터 최대 40억 달러(약 5조2천400억원)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채권 보유국에 채무 원금을 일괄적으로 30% 삭감하는 채무조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등 주요 채권국에 대한 스리랑카의 채무 규모는 약 71억 달러(약 9조3천억원)로 알려졌다. 중국이 가장 많은 30억 달러이고, 인도 16억 달러(약 2조원), 일본 등 그 외 선진국이 24억 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CBSL) 총재는 단기채를 장기채로 바꾸면서 채권자들에게 연 4% 금리로 6년 내 상환하고 원금은 30% 줄이는 조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채권 보유자는 위와 같은 조건 또는 원금 조정 없이 금리를 1.5%로 낮추고 만기를 1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이자를 1%포인트 더 받고 현지통화 표시 채권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인구 약 2천100만명의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는 지난해 '국가 부도' 발생 후 74%까지 치솟았던 월간 물가상승률이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최근 22%대로 진정되는 등 경제가 전반적으로 조금씩 회복세다.
CBSL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이달 초 15% 가까이 되던 정책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인하했다. 스리랑카의 금리 인하는 2020년 중반 이후 3년 만이었다.
지난해 스리랑카에서는 경제난에 분노한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하고, 대통령이 타국으로 도피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국민 다수는 빈곤에 빠졌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 2월 의회 연설에서 올해 말이면 경제가 플러스 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지만, 국가부도 상황은 2026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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