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 대통령 "中, 관광 끊겠다며 대만과 단교 협박" 작심 비판

입력 2023-06-28 16:08
수정 2023-06-28 16:10
팔라우 대통령 "中, 관광 끊겠다며 대만과 단교 협박" 작심 비판

"중국이 수교 요구"…공항 활주로 확장 위해 한국 등에 도움 요청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과 수교한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의 수랭걸 휩스 대통령이 중국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이 자국민의 팔라우 관광 중단을 위협하면서,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수교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라우는 마셜제도,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나우루, 파라과이, 과테말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교황청과 함께 대만의 13개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28일 대만 자유시보와 인도 선데이 가디언에 따르면 휩스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수교국을 대만에서 중국으로 변경하지 않는다면 중국 관광객의 팔라우 방문이 중단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동쪽이자 파푸아뉴기니 북쪽에 위치한 면적 459㎢의 섬나라인 팔라우는 2020년 현재 인구가 1만8천여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팔라우 정부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중국 관광객은 634명으로 전체의 1%도 되지 않았으나, 2015년에는 9만1천명 이상으로 전체의 54%로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2017년부터 수교 요청을 해왔으며, 그에 응하지 않자 중국 관광객의 팔라우 방문이 많이 감소했다고 휩스 대통령은 전했다.

게다가 현지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던 중국인들이 부동산 개발을 중단하면서 팔라우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관광객이 급감해 팔라우는 현재 극도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휩스 대통령은 "(우리는) 현재 3가지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팔라우에 탄력적인 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해야 하며, 중국의 영향력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여전히 팔라우의 최대 직접 투자국"이라면서도 "중국은 팔라우로의 직항편을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여전히 중국인의 팔라우 관광을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대만과 팔라우 간에 일주일 두차례 항공편이 있다"면서 "일본·한국과도 직항편 개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휩스 대통령은 팔라우의 공항 활주로가 짧은 편이라면서 현재 2천100m에서 3천m로 확장하기 위해 미국, 호주, 대만, 일본, 한국 등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중 양국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하면서 태평양 국가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파푸아뉴기니가 지난달 미국과 방위협력협정을 맺고, 미군이 파푸아뉴기니 주요 군기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협정으로 미군 병력과 함선은 파푸아뉴기니의 6개 주요 항만과 공항을 자유롭게 이용, 장비와 보급품 등 물자를 사전 배치할 수 있게 됐다.

팔라우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할 목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에 나섰다.

휩스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 14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팔라우 인근 해역의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선박이 팔라우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여러 차례 침범한 데 따른 조치였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