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경찰, 도둑 잡은 시민에게 "놓아주라"

입력 2023-06-27 17:59
뉴질랜드 경찰, 도둑 잡은 시민에게 "놓아주라"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시민들이 오토바이 부품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을 붙잡았으나, 경찰의 지시로 놓아줬다고 뉴질랜드 매체가 27일 보도했다.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마이크 크리디라는 남자가 전날 오후 3시(현지시간)쯤 오토바이 가게에 들어가다가 남자 4명이 달아나는 도둑을 뒤쫓고 있는 것을 보고 함께 도둑을 쓰러뜨려 잡은 뒤 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크리디는 물건을 한 아름 들고 달아나는 남자를 자신이 뒤쫓아가 붙잡았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에 쓰러진 그를 눌러 도망가지 못하게 해놓고 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가 '경찰이 오면 나는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야 한다'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며 신고받은 경찰이 놓아주라고 말했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남자가 무기를 갖고 있느냐'고 물어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놓아주라고 했다며 "경찰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남자를 붙잡아 재판에 보낼 수 있었는데 그가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뒤로 물러서 그를 놓아주었다"며 "그러자 그는 곧바로 뛰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레인 토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경찰청장은 경찰 업무의 성격상 신고를 받을 때마다 현장에 출동할 수는 없다며 경찰은 생명이나 안전상 위험이 있는 사건, 또는 시간이 더 중요한 신고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 인력들이 우선순위가 높은 여러 건의 가족 피해 사건에 출동해 있었다"며 당시 경찰 비상전화 근무자가 '도둑을 놓아주라'고 한 것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토바이 가게 주인은 경찰 대응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람들이 범죄의 피해를 보았을 때 누가 보호해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찰이 나중에야 온라인으로 사건을 신고할 수 있다고 연락해왔다며 "다행스러운 건 직원들이 훔친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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