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영원한 전쟁', '무장반란' 사태로 밑천 드러나

입력 2023-06-26 21:06
수정 2023-06-27 08:44
푸틴의 '영원한 전쟁', '무장반란' 사태로 밑천 드러나

전력 취약성 만천하에 공개돼·"러시아군 사기 저하될 것"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러시아의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가 장기전으로 인해 러시아가 직면한 위험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이 철수했지만, 반란이 중단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의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음에도 바그너그룹의 북상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남부에서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수백㎞를 진격하는 과정에서 거의 저항받지 않았다.

군 통수권자가 명료하게 지시를 내렸음에도 이를 저지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은 "전쟁이 끝없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안전한 공간에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나왔던 '영원한 전쟁'이라는 개념을 기억하느냐"고 반문한 뒤 "그들(러시아)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원한 전쟁'은 푸틴 대통령이 이미 16개월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붙은 개념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간은 나의 편"이라고 주장했지만, 장기 소모전으로 인해 막대한 병력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이번 반란 사태로 러시아 전력의 취약성만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자고로드뉴크 전 장관은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을 막기 위해 병력을 모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지금 전선에 있는 병력 외에는 많은 힘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왜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은 모스크바에서 200㎞ 거리까지 진격했다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멈추기로 합의한 뒤 철수했다.

당시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 철회, 그의 벨라루스 입국 등이 합의 조건이라고 발표됐지만 이것이 완전히 합의된 내용인지, 그 밖의 이면 합의는 없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당장 이날 러시아 사법당국이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혐의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러시아 언론매체들의 보도가 잇따랐다.

프리고진이 일으킨 러시아 내부 반란이 하루 만에 막을 내렸지만,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늘 세계는 러시아의 보스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완전한 혼돈이었고 예측 가능성의 완전한 부재였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번 혼란이 러시아군의 사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군 사기는 더 저하될 것이고, 명백하게 굴욕을 당한 러시아 장군들은 푸틴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국방의 질은 다소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반란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한 중유럽 고위 외교관은 프리고진의 반란사태가 중단된 것이 "전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내에 방대한 규모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더 많은 병력을 모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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