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인정' 개헌 여론조사 처음으로 반대가 찬성 앞서

입력 2023-06-26 13:23
호주 '원주민 인정' 개헌 여론조사 처음으로 반대가 찬성 앞서

6개 주 중 4개 주에서도 반대가 앞서

호주 총리 "찬성 과반 확신…지금 아니면 언제 원주민 인정하나"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이르면 오는 10월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둔 호주에서 처음으로 개헌 반대가 찬성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호주 여론조사업체 '뉴스폴'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개헌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3%로 이전 조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47%로 이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올랐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0%로 1%포인트 떨어졌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개헌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6개 주 중에서는 퀸즐랜드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WA),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WA), 태즈메이니아 등 4개 주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호주에서 개헌하려면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고 6개 주 중 4개 주에서 과반 찬성이 나와야 하는데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미달하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은 노동당 정부는 총선 공약에 따라 헌법에서 애버리지널(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을 호주 최초의 주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 중이다.

지난 19일 호주 의회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을 통과시켰다. 법에 따라 호주 정부는 6개월 내 국민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호주 정부는 이르면 오는 10월 국민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안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대 목소리가 올라가는 것은 보수주의자들과 역설적으로 일부 원주민 권익 보호 단체들이 보이스 설립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우선 보수정당인 국민당과 자유당은 '보이스'를 설립할 경우 호주가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이스'가 원주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으며 역차별을 낳아 호주 국민들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원주민 권익 보호 단체도 '보이스' 설립을 반대한다. '보이스'가 구체적으로 원주민 권익을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반대론자는 원주민 출신의 무소속 리디아 소프 상원 의원이다. 그는 국민투표법 통과를 앞두고도 국회에서 "보이스는 무력한 자문기관에 불과하며 백인들의 죄책감을 달래주기 위한 것"이라며 개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에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인 과반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금이 아니면 우리가 언제 헌법에서 호주 원주민들을 인정할 것이겠느냐"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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