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통해 아프리카 영향력 키운 러시아…반란의 영향은
바그너 용병 5천명 주둔 추정…"러 정부의 아프리카 외교 도구"
러 정부-바그너 공생관계 깨져 "외교적 난국 초래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는 러시아 본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러시아 정부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을 통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리비아, 수단 등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으나 반란으로 이런 '공생 관계'가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바그너그룹은 내전이나 쿠데타 등으로 혼란한 이들 아프리카 국가에서 정부군이나 유력 군벌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겼고, 러시아 정부도 바그너그룹을 후원하며 대(對)아프리카 외교 도구로 활용해 왔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내전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는 바그너 용병 1천890명이 머무르며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바그너 용병 최대 1천200명이 동부지역 군벌 수장인 칼리파 하프타르 편에서 싸우고 있고, 말리의 친러·반서방 군사정권도 바그너 용병 수백명을 데려다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바그너그룹은 수단에서는 2019년 쿠데타로 축출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를 지원하고 금 채굴권을 손에 넣기도 했다. 최근 수단에선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간 군사 분쟁이 벌어졌는데, 바그너그룹은 함단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RSF에 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런 식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주둔 중인 바그너그룹 용병이 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통신도 바그너그룹이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국가 최소 8곳에서 활동하며 해당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렇게 아프리카에 진출한 바그너그룹을 이용해 해당 국가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유엔이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할 때 아프리카에서 15개국이 기권하고 말리와 에리트레아는 반대표를 던지며 러시아 편을 든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도이치벨레는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바그너그룹의 활동을 감시해온 '올 아이즈 온 바그너'의 가브리엘(가명) 대표는 도이치벨레에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아프리카 외교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대표는 "민간 군사기업은 러시아 내에서는 금지돼있지만, 러시아 밖에서는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다"며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에서 활동을 전개할 때마다 크렘린의 승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바그너 용병단에 군사·안보를 의존해 온 아프리카 국가에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영국 공영언론 BBC는 분석했다.
특히 오랜 내전 속에 자국 내 바그너그룹의 역할이 커진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국가에서는 이번 반란 사태로 외교적 난국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말리에 1억달러 상당의 연료와 비료, 식량을 지원하기로 지난해 약속했는데, 바그너 용병이 계속 주둔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리의 정치 분석가 바시루 돔비아는 로이터에 "(바그너 용병의) 말리 주둔은 러시아 정부의 후원 아래 이뤄진 것인데 바그너가 크렘린과 대립한다면 말리는 당연히 안보전선에서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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