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벨라루스에서 안전할까…"푸틴, 배신자 찾아낼 것"(종합)

입력 2023-06-25 23:47
수정 2023-06-26 13:53
프리고진, 벨라루스에서 안전할까…"푸틴, 배신자 찾아낼 것"(종합)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루카셴코, 평화 만드는 사람 아니다" 우려

러 전 총리 "프리고진, 추종 병력 있는 아프리카로 갈 것"

'용병 사면·러와 계약' 합의 허점…독립단체로서 바그너그룹 사라질 듯



(서울·테헤란=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이승민 특파원 = 러시아 정부를 겨냥한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이 극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용병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벨라루스 정부 중재 아래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이 맺은 합의에 따라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갈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25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망명하더라도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에서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1994년 권력을 잡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외신에 '유럽에 마지막 남은 독재자'로 묘사된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했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알레시 비알리아츠키 등 활동가들을 탄압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루카셴코는 결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그가 프리고진을 어떻게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망명한 정치 분석가인 아르템 슈라이브만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간다고 해서 그가 그곳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그는 벨라루스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벨라루스로 망명한다고 프리고진의 목숨이 안전하지 않다고 논평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도 배신자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BBC에 "프리고진이 처음에는 벨라루스로 가겠지만 다시 아프리카로 가서 정글 같은 곳에 있게 될 것"이라면서 "푸틴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는 현지 정정 불안을 틈타 내전이나 정권의 반대 세력 탄압에 개입하는 바그너 그룹 병력이 배치돼 있다.

프리고진을 따르던 용병들은 우선 개별적으로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러시아에서 동원 해제되거나, 벨라루스로 떠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했고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그너 그룹 용병에 대해서는 반란에 동조했더라도 기소하지 않을 것이며,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용병은 국방부와 계약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와 관련한 크렘린궁의 발표 내용에 허점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ISW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특정 용병이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불분명한 데다 반란에 동조한 용병의 운명에 대해서는 사면 조치한다는 것 외 다른 점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아울러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의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ISW는 전했다.

비록 크렘린궁과 프리고진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해도 "바그너 그룹이 국방부에 통합되는 데 대해 전적으로 협조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게 ISW 설명이다.

특히 프리고진이 크렘린궁과의 합의에 대해 바그너 그룹 지휘부 및 용병의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이들은 국방부와의 계약 체결 등에 불만을 품을 수 있다고 ISW는 내다봤다.

ISW는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 그룹과 함께 기꺼이 복무할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용병들은 아프리카나 중동에 배치돼 바그너 그룹이 이전부터 진행해온 광물 관련 산업에 투입될 수도 있다. 바그너 그룹은 2018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군사 지원 계약을 맺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 등 이권을 챙겨왔다.

ISW는 "이번 합의에 따라 프리고진이 주도했던 독립적 단체로서의 바그너 그룹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조직의 핵심 요소는 새로운 형태로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anju@yna.co.kr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