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반란 멈췄지만…서방언론들 "푸틴 끝은 이제 시작"
"강한 지도자 좋아하는 국민 앞에서 약한 모습 보여…권력 한계 드러나"
"프리고진도 여전히 위험…푸틴은 배신자 용서 안 해"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을 하루 만에 봉합했지만, 서방 언론들은 이 일로 철옹성 같던 그의 권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일제히 예상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이것이 푸틴의 끝인가?'라는 분석 기사에서 "역사가 그(푸틴)의 몰락을 기록할 때 최후의 게임이 이번 일에서 시작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멈추기는 했으나, 막상 푸틴 대통령은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이 신문은 "푸틴은 강경하게 말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프리고진을 적시에 통제하지 못한 그의 실패가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도 많은 도전을 막아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이것은 푸틴의 길의 끝' 제하 기사에서 "많은 사람은 푸틴을 '불굴의 구원자'로서 존경했지만, 이제는 상처 입고 실패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라며 푸틴이 가진 '무적의 아우라'도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인들은 강한 지도자를 좋아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푸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간청하는 듯한 연설을 하면서 나약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란이 일어난 후 TV 연설에 등장하기까지 12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상할 정도로 억제된 반응'을 했고, 연설 중 안색은 창백하고 걸음걸이는 불안했다면서 "준비되지 않고 놀란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프리고진에 대해서는 "20년 동안 자신을 후원한 푸틴을 위해 요리사, 소믈리에, 해결사, 용병 수장 등 많은 역할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유다(배신자)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으로 푸틴 대통령이 지닌 권력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무력 충돌은 막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사회와 군대에 과도한 부담을 가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WSJ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 사기가 저하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프리고진은 의욕 넘치고 잘 조직된 용병군을 이끌며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소속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가 텔레그램에 올린 "우리는 프리고진을 과소평가했고, 푸틴을 과대평가했다. 그(푸틴)의 기념비적인 패배"라는 논평을 소개하기도 했다.
AP 통신도 "반란은 종식됐지만 푸틴 권력에는 물음표가 남았다"며 바그너 그룹이 방해받지 않고 모스크바를 향해 수백㎞ 진격한 것으로 러시아 정부군은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약자로 보일지 여부가 그에게 당면한 최대 위기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국 CNN 방송 역시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반란을 멈추고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할 때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은 영상이 퍼진 것과 관련, 질 도허티 전 CNN 모스크바 지국장은 "아마도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그들을 지지하거나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푸틴에게는 정말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도허티 전 지국장은 프리고진도 겉보기에는 아무 탈 없는 것 같지만, 위험한 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면서 "푸틴은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며 그가 벨라루스에서 살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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