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위성·핵실험카드' 끝없는 도발에…韓美日판 워싱턴선언 나오나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한 달 반 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지난달 31일 침묵을 깨고 이른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북한 주장대로 위성이라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금지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했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북한은 곧바로 재발사를 천명하면서 관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달 15일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재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기록적인 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대던 북한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중핵어뢰'로 알려진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수중폭파시험 등 도발 수위를 끌어올려 왔다.
지난 4월엔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 공중에 떠오른 뒤에 엔진이 점화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최초로 ICBM에 적용하는 등 무기 체계뿐 아니라 그 방식에서도 위협 수준이 진화하고 있다.
ICBM 기술의 완성판으로 볼 수도 있는 위성 발사, '최후의 카드'인 7차 핵실험까지 만지작거리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는 지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7∼8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일 정상의 워싱턴 회동은 대북 경고장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회동에서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가동을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의 '확장판'이 도출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미 정상은 당시 회담에서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양국 간 차관보급 협의체인 NCG 창설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했다.
북한 도발을 억제할 미국 전략자산을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해 확장억제의 상시성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기존보다 더욱 강력한 억제 방안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리스크라는 공통 분모를 매개로 한 '한미일판 워싱턴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미 간 확장억제 체제에 일본이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일본이 가담하더라도 기존 NCG는 그대로 두고 별도의 3자 확장억제 협의체는 가능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간 NCG가 잘 안착하면 그다음에는 일본과의 협력관계도 이야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 NCG가 조만간 1차 회의를 열어 본격 발족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이후에나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NCG가 조기 가동될 경우 이후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참여하는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을 발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내포한다.
시점이 언제든 한미일 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북핵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 체제는 한미, 한미일이라는 두 바퀴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작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이 수집한 실시간 경보정보를 미국을 매개로 공유하기로 한 합의를 넘어서, 요격체제 가동에 필요한 기밀정보도 공유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을 상기시킨다.
한미일 3국이 유사시 최적의 요격 수단을 동시 가동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나 눈여겨볼 것은 한미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해빙되는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측면이다. 기존 3국 정상 만남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존엔 껄끄러운 한일 관계로 인해 북한 위협이란 교집합으로 정상들이 만난다 해도 협의에 일정 부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현시점에서의 한미일 정상 회동은 그만큼 협의의 폭이 넓어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미일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한 강력한 대북 억제 메시지는 북한과의 대결 구도를 더욱 뚜렷이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경우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도발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반도 정세가 분수령을 맞을 수도 있다.
한미일 워싱턴 정상회담이 특히나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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