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자중지란에 웃는 우크라…국방차관 "기회의 창 열렸다"
러 내부선 "내전 시 우크라서 굴욕적 패배"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이 일어나면서 예상보다 더딘 반격 작전에 부심하던 우크라이나가 반색하고 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외에 내부의 전선이 추가로 생긴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이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전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2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이날 러시아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랴르 차관은 또 러시아의 군부 및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 "우리와 싸우며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가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악의 길을 선택하는 자는 스스로를 파괴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이 더 길어질수록 러시아에 더 많은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앞으로 48시간이 러시아의 새로운 지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내전이나 협상을 통한 권력 이양, 정권 몰락 전 일시적 소강상태 등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발언도 이어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모든 사람이 경멸했지만, 너무 두려워서 허물 수 없었던 악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라며 "잘못된 중립성과 확전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모든 무기를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내부와 동맹인 벨라루스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인사가 주도하는 민족주의 단체인 '성난 애국자 클럽'은 성명에서 "내전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굴욕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러시아가 파국 직전에 있다"고 경고했다.
벨라루스 안전보장이사회는 "군사 및 정치 영역, 정보 및 시민 사회에서의 모든 도발과 내부 분쟁은 서방 집단에 대한 선물"이라며 "그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이번 반란 사태가 2년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 변수로 부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시작한 반격에 맞서 방어선을 사수하고 있는 러시아로선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한 별도의 병력을 차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군에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에 러시아군을 향해 총구를 돌린 만큼 러시아로선 타격이 2배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에 있는 보안군과 국가방위군에 의존하다가 바그너 그룹 정예병에 의해 만에 하나 모스크바가 함락되기라도 할 경우엔 곧바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군 수뇌부를 겨냥한 반란으로 인해 러시아군 지휘 체계가 혼란에 빠지거나 흔들릴 수 있고, 사태 전개에 따라 군 사기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대에 못 미친 반격 속도로 인해 고심하던 우크라이나로선 예상치 못한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일일 보고에서 "근래 들어 러시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평가하는 등 이번 사태로 인한 전황의 급변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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