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수장 무장반란…러 당국 형사입건·체포령(종합2보)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우크라 있던 용병 러 진입…끝까지 간다"
러 군부-용병그룹 갈등, 전면충돌 비화…모스크바 대테러 조치 등 보안강화
美·우크라 등도 전황 영향 지켜보며 촉각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어진 러시아 군부와 용병그룹 수장간 갈등이 무력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러시아 정부는 반란 혐의로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입건하고 체포 명령을 내렸으며, 프리고진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진격을 위협하며 군부에 응징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자중지란이 우크라이나 전황 등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자신과 부하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으며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 군부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처벌하길 원할 뿐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그는 바그너 그룹의 병력 2만5천명이 러시아군 지도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죽을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민간 호송대를 향해 발포한 러시아 정규군 헬리콥터 한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안들을 향해 프리고진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소셜 미디어에 "우리는 (프리고진을) 도울 필요가 있고 필요할 때 우리도 싸울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와 맞서기로 결정한다면 '심지어 악마'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의 야권 활동가로 유명하다.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의 반란에 형사입건으로 맞불을 놨다.
이고리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이날 프리고진을 '군사반란'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크라스노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프리고진 입건 사실을 보고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전했다.
페스코프는 "크라스노프 총장이 군사반란 조직 시도와 관련해 (프리고진을) 형사입건 사실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소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군사반란 혐의는 최대 20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프리고진에게 불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관련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 용병들의 무력 충돌 개연성이 커지면서 러시아 내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국방부 등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도 모스크바 일대의 모든 주요 시설과 정부 및 운송 기반 시설의 보안 조처가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군용차량들이 모스크바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모스크바에서 보안 강화를 위한 대테러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그너 그룹이 진입했다고 주장한 로스토프주 등 러시아 남부에서도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
바실리 골루베프 로스토프주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법 집행기관들이 주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태가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푸틴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국내 위기라고 진단했다.
프리고진의 반기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직면한 러시아 입장에서는 큰 악재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초부터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공격에 나서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진격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 전투의 선봉에 섰던 러시아 용병들이 정규군과 충돌하면서 러시아군 전력에 커다란 흠집이 나게 됐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의 상황을 주시하고 이와 관련해 동맹국,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쟁 파벌들이 권력과 돈을 놓고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지도부가 자신을 제거하려고 했기 때문에 반란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하루 전인 23일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의 우크라이나 후방 캠프들을 미사일, 헬기, 포격 등으로 타격하면서 자신의 부하가 다수 사상했다며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으며, 현지 방송은 바그너 그룹 측이 제시한 '폭격 영상'이 조작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는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들에게 "범죄적이고 기만적인 명령에 따르지 말라"며 프리고진을 붙잡아 당국에 넘길 것을 촉구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했지만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 수뇌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의도적으로 탄약 등 보급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규군과 용병 간 갈등이 증폭되자 쇼이구 장관은 최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고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국방부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쇼이구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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