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결국 선 넘었나…'무장반란' 위협에 러 당국 수사 착수

입력 2023-06-24 07:26
프리고진 결국 선 넘었나…'무장반란' 위협에 러 당국 수사 착수

프리고진 "바그너 캠프에 미사일 공격 지시한 국방장관 응징" 위협

비상 걸린 러, 모스크바 보안 강화…용병들에 프리고진 붙들라 촉구하기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 당국이 23일(현지시간) 자국 국방부와 갈등을 빚어온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군사반란 위협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AP 통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이날 프리고진에게 불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관련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국가반테러위원회는 "예브게니 프리고진 때문에 확산 중인 진술들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이 진술들과 관련해 FSB는 무장반란을 촉구한 데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둘러싼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 필요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은 FSB가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에게 "범죄적이고 기만적인 명령에 따르지 말라"며 프리고진을 붙잡아 당국에 넘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그너그룹이 러 국방부 등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모스크바 일대의 보안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바그너의 후방 캠프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부대가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정규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자신의 부하가 다수 사상했다면서 "우리는 2만5천명이고 우리는 왜 이 나라에서 무법 상태가 발생했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항을 시도하는 누구든 죽일 것"이라며 "이것은 쿠데타가 아니고 정의의 행진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쇼이구 장관을 비롯한 러시아군 고위직들이 권력욕에 눈이 멀어 푸틴 대통령을 속인 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프리고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블룸버그는 통신은 바그너 그룹이 당장 프리고진의 위협을 실행하려고 병사들을 동원하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내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쟁 파벌들이 권력과 돈을 놓고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했지만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 수뇌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의도적으로 탄약 등 보급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규군과 용병 간 갈등이 증폭되자 쇼이구 장관은 최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국방부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쇼이구 장관에 힘을 실어줬고, 이로 인해 현지에선 프리고진이 '토사구팽' 당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프리고진은 23일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후퇴 중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이기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기도 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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