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팁을 내요?"…미국 여행객들 '부글부글'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팁을 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곳 없을까요?"
최근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미주 현지인 단톡방에 가입했다.
최신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이 '팁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에 대한 것이었다.
가뜩이나 미주 웬만한 지역 왕복 항공권이 300만원을 훌쩍 넘어선 마당에 식당에 갈 때마다 팁까지 줘야 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볼멘소리들이다.
한국인 관광객 A씨는 "한국에서 식사하던 느낌으로 간단한 간식 몇 개 시켰는데도 금세 100달러가 넘어갔고, 팁도 3만원 가까이 냈다"며 억울해했다.
현지인들은 여행자들에게 팁이 없는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한 현지인은 "팁을 내지 않는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것이 한국 관광객 기준으로 가장 저렴해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팁은 미국에 있는 독특한 문화다.
무엇보다 한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억울한 것은 '왜 내가 미국 고용인의 월급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계산서에 음식값 총액과 함께 팁의 비율을 3가지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하게 돼 있는 곳이 늘기 시작했다.
그동안 팁은 고객이 받은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해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렇게 일괄적으로 정해버리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맨 아래 '커스텀 팁' 항목도 있어 스스로 적을 수도 있지만 일괄적으로 정해진 곳에 표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계산 시 팁 지급 여부를 묻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인 관광객 B씨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이 갑자기 팁에 대한 질문을 해 '노 팁'이라고 말했더니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슨 서비스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여행자 중에서는 아예 차를 빌려 캠핑장 등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을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숙박료와 팁의 공포를 해결할 가장 적절한 방법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자도 며칠 동안 시내에서 음식을 사 먹다가 팁의 공포에서 해방된 것은 렌터카를 빌린 후부터였다.
캠핑장에서 20달러를 주고 소고기를 구입해 스테이크를 구워 먹으니 팁을 얼마 줘야 할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좋았다.
버젯렌터카 이동근 부장은 "렌터카 이용의 숨은 장점 중 하나가 캠핑장에서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호텔과 캠핑장에서 번갈아 가면서 묵으려는 고객이 과거보다 늘었고, 렌터카 이용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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